작은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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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제9보 : (180~217)=패싸움은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세에 몰린 이세돌3단에겐 이 패가 유일한 활로다. 유리한 이창호9단으로선 이 패를 이겨 승부에 쐐기를 박고 싶다.

두 군데의 검토진은 모두 李왕위의 손을 들어올렸다. 김인9단이 주도하는 노장들의 검토에선 백이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데 계속 복잡하게 끌고 있다고 말한다. 소장파 쪽에선 패싸움의 와중에 백이 188,194로 파고들 때엔 "아이구"하는 비명마저 터져왔다. 좌변 흑집이 쑥대밭으로 변하면서 200까지 돌입하는 수가 생겼으니 이 무렵 李3단의 처지는 와르르 무너지는 성곽처럼 허망해 보였다.

그러나 흑도 189로 A의 절단을 없애고 195로 넘어가 대가를 받아내고 있었다. 모든 분위기는 '흑 절망'으로 비춰지고 있었으나 정밀하게 계산한다면 사실은 '작은 차이'였다. 다만 그 차이는 시간이 흘러도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그점이 보는 이들을 애타게 했다. 세계대회 결승 때보다 더 많은 팬들이 도전자의 승리를 바라며 한국기원에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고 매스컴도 새 강자의 탄생을 고대하며 진을 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으레 1인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원한다. 더구나 이창호는 지난 10년간 무적이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했다.

하지만 이창호의 금성철벽은 이번의 강풍에도 끄떡없었다. 이세돌의 기세는 그리도 강한데 왜 결정적인 한판에선 李9단에게 밀리고 마는 것일까(187·190·193·196·199·202·205·208·211·214·217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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