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 부작용땐 즉각 진단서 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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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피부관리실에서 벌어진 일 하나. 조모(27·여)씨는 길거리에서 판촉요원의 손에 이끌려 피부관리실을 찾았다. 조씨는 특수클리닉을 30회 받기로 하고 3백만원을 결제했다. 마사지를 받고 나자 얼굴이 붓고 붉어지기 시작했다. 피부과에서는 마사지로 인한 과민반응이라며 마사지를 중단하라고 권했다. 조씨가 환불을 원하자 피부관리실 측은 "마사지는 무료 서비스일 뿐이며 마사지용 화장품 값이 3백만원이다. 화장품은 이미 개봉했기 때문에 환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부관리실에서 벌어진 일 둘. 이모(34·여)씨는 한 피부관리실과 2백30만원에 전신 관리 24회 계약을 했다. "숙변을 제거해 피부에도 좋다"는 관리사의 말에 복부경락 마사지를 받고 돌아온 날 밤, 이씨는 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진단 결과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난소 출혈이었다.

올해 상반기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부미용 관련 상담은 모두 1천2백42건이 된다. 그중 1백67건은 부작용으로 인한 상담이었다. 마사지·팩의 부작용이 가장 많았다. 필링(피부 박피)을 했다가 얼굴에 흉터가 생기거나, 다리털을 왁싱으로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가 흉터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부작용 경험자 81%가 10회 이상의 장기 계약을 했다. 77%는 1백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 최고액은 6백13만원이나 됐다. 그러나 미용 요금과 치료비를 모두 보상받은 경우는 4%에 불과했다. 부작용이 완치된 경우는 50%. 큰 돈과 시간을 들여 피부를 망친 셈이다.

전문가의 손에 피부를 맡기면 더 아름다워지리라는 기대를 안고 많은 여성들이 피부관리실을 찾는다. 그러나 피부관리사들이 모두 피부 전문가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현행법상 미용사 자격증을 따면 누구나 피부관리실을 차릴 수 있다. 그러나 미용사 자격 시험 중 피부 관리 부분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하는 화학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이용한 필링도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시술한다면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피부를 물리·화학적으로 벗겨내는 것인 만큼 부작용 위험도 높다.

아름다운 피부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겁쟁이가 돼라. 용감하게 아무에게나 피부를 맡기지 말라는 말이다. 피부 관리를 받고 싶다면 충분히 상담하고 계약 전 1∼2회 테스트성 관리를 받아본다.계약서는 반드시 받아둔다.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찾아가 진단서를 끊는다. "독소가 빠져나오기 때문에 그런다"거나 "호전 반응"이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길.

dung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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