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김소월·정지용·나도향·주요섭·채만식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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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어를 갈고 닦아 우리 정신과 말의 새 길을 연 문인 6인의 탄생 1백년을 기념하는 문학제가 26일부터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첫날은 시인, 다음날은 소설가를 다룬다.

대상 문인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김상용(1902∼51), '진달래꽃'의 김소월(∼1934), '향수'의 정지용(∼?) 등 세 시인과 '벙어리 삼룡이'의 나도향(∼1927),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주요섭(∼1972), '레디메이드 인생'의 채만식(∼1950) 등 소설가 셋이다.

주최측은 이들 6인의 문학을 아울러 '식민지의 노래와 꿈'이라 표현한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정열적인 문학 활동을 펼치며 우리 근대문학의 여명기를 풍성하게 했던 이들의 특징은 바로 서정성(노래)과 산문정신(꿈)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들의 경우 번역시나 번역시형의 주체적 수용을 통해 모국어의 위상을 드높이고 새로운 서정성을 고양했다. 식민지 현실과 자본주의적 근대에 맞서는 산문정신을 개척한 채만식처럼 소설가들은 한국 소설문학의 전형을 창출했다.

올해 행사의 특징은 다양한 발표문을 통해 심도 깊은 학술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26일 오전 10시 연세대 유종호 석좌교수의 총론 발제가 눈길을 끈다. 유교수는 '20세기 전반 한국시의 형성'을 통해 정지용을 "20세기 최초의 전문적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자기 나름의 시학과 시인됨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출발한 최초의 시인이 정지용이며, 그의 등장 이후 아마추어 시인들이 함부로 시를 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선구적으로 보여준 토박이말의 발굴과 조직은 현대문학에서 일반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소설의 경우 연세대 최유찬 교수가 "채만식 소설의 알레고리를 새롭게 주목해야 하며, 그러면 친일 작품으로 거론되는 것도 다르게 해석된다"는 내용의 주제 발표를 한다. 알레고리란 표면의 이야기와 그 배후의 의미가 이중적으로 구조화된 것을 의미한다.

심포지엄이 학술 행사라면 27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밀리오레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 은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행사다. 김소월·정지용의 시에 노래를 붙인 가곡 '산유화''진달래꽃''고향''향수' 등을 성악가들이 노래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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