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죽음의 미로를 벗어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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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제7보

(121~142)=깜깜한 지하 미로처럼 위험하고 난해한 바둑이다.

백이 유리한 건 틀림없지만 이세돌3단이 계속 어려운 주문을 내걸며 판을 흔들고 있어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123,125가 첫번째 주문. 흑은 A와 128의 곳, 두곳의 선수를 숨긴 채 응수를 묻고 있다. 李9단은 126,128로 깨끗이 물러선다. 정수였다.

133이 두번째 주문. <참고도1> 백1로 끊으면 흑2, 4의 무서운 수법이 기다리고 있다. 백5로 그만일 것 같지만 흑도 6,8의 맥이 있다. 그리하여 <참고도2>처럼 수상전이 벌어지게 되는데 얼핏 흑이 한수 부족 같지만 이번에도 흑엔 6, 8, 10의 무서운 수가 있어 백이 무너지고 만다(9=이음). 134는 정확한 후퇴이자 최선의 응수였다.

李3단은 날카로운 표창을 계속 던지고 李왕위는 잘 피하고 있다. 둘의 간격은 조금씩 좁혀진다. 141도 강수. 142 쪽의 약점을 놔둔 채 가장 큰 곳부터 두어치웠다. 변화가 없이는 역전도 불가능한 것. 李3단은 올테면 오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막상 142가 다가오니 응수가 궁하다. B로 이어야 마땅하겠지만 백C가 선수여서 흑D 이을 때 백E로 뚝 끊으면 사활에 걸려든다. 처절한 종반. 바둑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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