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鄭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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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정몽준(鄭夢準)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공(主攻)대상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에서 鄭의원 쪽으로 완전히 바뀐 듯한 기류다.

선대위원장인 서청원(徐淸源)대표는 24일 선거전략 회의에서 "언론을 보니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서히 정몽준 의원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얼마 전까지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았다고 난리치던 민주당이 이제 후보 바꾸기 공작을 하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徐대표는 "이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면서 "돈으로는 대통령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이 보여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작심한 듯 "이인제(李仁濟)에서 노무현으로 갔다가 다시 정몽준으로 옮겨가는 호남 민심의 변화는 국가 발전과 정의보다 오로지 특정인 당선 거부의 강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金총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盧후보가 서민 대변자여서 지지한다더니 느닷없이 우리 사회의 최상류층인 鄭의원을 더 지지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이는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상대할 수 있는 후보라면 자질·도덕성은 개의치 않겠다는 극단적 배타주의"라고 비난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1천7백억원대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탈루 의혹▶현대중공업의 한라중공업 인수 과정에서의 정경유착 의혹▶현대그룹 노동자 테러 사건 배후 의혹▶현대중공업 직원 후원회 강제 가입 의혹 등 '4대 의혹'을 거론하며 鄭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집중 공세를 시작한 것은 추석 연휴를 계기로 정풍(鄭風·정몽준 바람)이 오히려 더 탄력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한나라당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票心)이 鄭의원 쪽으로 쏠리는 조짐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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