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살고 지는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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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2국>
○·추쥔 8단 ●·쿵제 9단

제 12 보

제12보(125∼139)=우선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부터 보자. ‘참고도 1’ 흑1로 젖힌 뒤 3, 5로 잇따라 젖힐 때 백A로 막는 것은 오궁도화(五宮桃花)로 죽는다고 이미 밝혔다. 그걸 피해 6에 두는 수가 있을 법하지만 흑엔 7로 파호하는 수가 있다. 백이 자충에 걸려 A로 끊지 못한다는 점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백에도 타개책이 있다. 즉 ‘참고도 2’ 흑1로 젖힐 때 막지 않고 2로 따내는 수가 있다. 흑3의 치중으로 죽는 듯싶지만 백4로 두면 살아간다. 계속 잡으러 가는 것은 무리. 흑5로 끊으면 백6, 8을 선수한 뒤 10으로 몰아 산다. 여기까지의 수순을 내다보고 전보 백△들을 결행한 추쥔 8단의 수읽기는 실로 굉장하다.

두 번째로 그렇다면 바둑은 이겼느냐.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다. 선수를 잡기 위해 쏟아 부은 백△들이 워낙 악수여서 소원대로 좌변을 크게 짓고도 바둑은 지는 운명이다. 쿵제 9단은 125로 끊어 삶을 강요한 뒤 129 정도로 승리를 확인한다. 백은 지금까지의 스토리상 흑▲ 한 점을 절단해야 마땅하지만 가만 보니 위쪽이 더 크다. 그래서 130으로 살려내자 결국은 좌변이 뚫리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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