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이용한 '민속풍 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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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만화는 내용과 형식의 제약에서 아주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이지요. 제가 공부한 수묵화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경민대 디지털만화과 조재영(趙在暎·41)교수의 『고향이야기』(A Childhood in the Country·초록배매직스)는 趙교수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채색 담채풍의 시원한 그림과 몇 줄의 산문으로 구성한 그의 작품은 이야기 만화(코믹스)가 아닌 카툰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림 하나 하나에서 기나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우리들 가슴 속 한편에 잠겨 있는 어린 시절이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충주를 떠나 전기도, 이층집도 없는 외딴 시골(소태면)로 이사간 작가의 추억은 하얀 포플린 스커트와 고무신으로 잡은 피라미, 만수네 소와 하늘색 엑스란 팬티, 몰래 마시던 새참용 막걸리를 담던 주전자와 감나무 가지끝 까치밥으로 형상화된다.

저자의 말대로 "정통 수묵화라기엔 좀 가볍고, 일반적인 만화라기엔 격조가 있는" 그림들은 해학 넘치는 신윤복의 민속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성완경(인하대 미술교육과)교수는 "유럽 만화의 주요한 특징은 예술·그래픽 아트·영상 전반의 폭넓은 체험과 그 크로스오버(혼합)에서 나온다"며 "趙교수가 추구하는 동양화와 만화의 결합은 서로를 젊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평가했다.

2000년 중앙일보에 같은 제목의 작품을 연재했던 趙교수는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다시 이화여대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한 뒤 영국 브라이튼대 대학원에서 만화를 공부했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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