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하던 백두정상 염원준 드디어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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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씨름선수 염원준(26·LG)의 별명은 '왕눈이'다. 서글서글한 두 눈에서 승부사의 독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실제 모래판에서도 그렇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근성이 약하다. 1m92㎝·1백56㎏의 염원준은 이상적인 체격과 함께 힘과 기술도 뛰어나 씨름선수로서의 자질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특기인 밀어치기는 팀 동료인 '골리앗' 김영현에게도 밀리지 않는 위력을 보인다.

그러나 그는 1995년 민속씨름 데뷔 이후 지난달 서산 장사대회 때까지 단 2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장사 8강 진입 20회, 백두급 8강 진입이 19회 등 매 대회 기복없이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큰 승부에서는 허탈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지금까지 여덟번의 결승전을 치러 그 중 여섯번을 패했다.

그런 염원준이 모처럼 크게 포효했다. 지난 20일 그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벌어진 민속씨름 백두급 경기에서 김영현과 이태현 등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함양대회 이후 생애 두번째 백두봉에 올랐으며 2000년 10월 음성장사 타이틀을 포함해 생애 세번째 타이틀을 따냈다.

염원준은 준결승에서 특유의 괴력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김영현을 오히려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태현과의 결승에서도 밧다리·빗장걸이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 후 염원준은 "기량으로는 어떤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근성을 길러 더 많은 타이틀을 따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열린 단체전에서는 LG가 신창건설을 5-4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전날 열린 한라급에서는 김용대(현대)가 김선창(신창건설)을 누르고 생애 아홉번째 장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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