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잘 던졌는데…" 선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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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8일(한국시간) 미 대륙의 동남쪽 끝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서북쪽 끝 워싱턴주 시애틀에 나란히 '한국의 어깨'들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서니'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와 6연승과 시즌 10승에 도전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모두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패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병장' 박찬호의 노련미

박찬호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8이닝 동안 9개의 사사구와 5안타를 내줬으나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타선의 지원이 빈약했고 2-2로 맞선 9회말 마운드를 제이 파웰에게 넘겼다. 박찬호는 제구력 불안에 시달리며 8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 위기를 자초했다. 2회와 4회를 빼고는 매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1회말 안타 없이 볼넷 3개와 몸맞는공으로 밀어내기 1점을 내준 박찬호는 4회부터 구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5회 1실점은 1사 1루에서 1루주자의 2루도루 때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의 송구가 외야로 흘러나간 후 내준 비자책점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이치로와의 재대결에서는 5회말 우전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나머지 세 타석을 범타로 처리했다.

시즌 9승6패를 유지한 채 방어율만 5.67로 낮춘 박찬호는 23일 오전 5시5분 강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0승에 재도전한다. 레인저스는 연장 10회 끝에 2-3으로 졌다.

▶'이등병' 김선우의 패기

엑스포스로 이적한 뒤 첫 선발. 김선우는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패기'를 앞세웠다. 상대가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서 섣불리 유인하기보다는 정직한 승부로 범타를 유도했다. 5와3분의2이닝 동안 6안타·2실점. 2-1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 자격을 갖췄으나 구원투수 자크 데이가 3점홈런을 내줘 승리투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김선우는 84개의 투구 가운데 51개가 스트라이크였고 볼넷은 고의볼넷 딱 한개밖에 없을 만큼 제구력이 좋았다. 1회 2사후부터 5회 2사까지 12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딱 한번 찾아온 위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으로 앞선 6회말 선두 루이스 카스티요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는 순간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낙차 큰 커브를 던지지 못했다.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면서 승부구로 슬라이더를 택했으나 2사 3루에서 마이크 로웰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줬고 곧바로 교체됐다.

김선우는 빠른 공 최고구속이 1백50㎞(93마일)였지만 볼끝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엑스포스는 연장 14회 끝에 8-5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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