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실을 흥분시킨 백70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제3보 (53~72)=53이 싸움의 급소다. 이수에 백이 '참고도1'처럼 버티는 것은 흑2,4를 당해 백이 단번에 무너진다. 백은 54로 뻗는 한 수뿐이고 그 틈을 타 흑도 59로 끊어 백의 포위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63으로 두점을 단수하자 백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결국 69까지 쌍방 기막힌 타협을 이뤄냈는데 과연 누가 이득을 남겼는지 계산서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귀쪽에선 흑이 얻었다. 중앙에선 62의 빵때림이 두터워 백이 벌었다.그러나 대세는 포석이 좋은 백이 아직 간발의 리드를 지키고 있다.

백70이 구경꾼들을 미치게 만든 가착(佳着)이었다. 보기엔 '참고도2'의 백1이 훨씬 크다.

그런데 흑2의 한방이 따끔해 흑도 은근히 두텁게 된다. 백도 별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데 李왕위는 무심히 70에 두었고 이 욕심없고 쉬운 한수에 사람들은 무릎을 쳤다.

70은 근거의 요소이고 실리로도 10집은 착실하다. 하지만 너무 낮고 좁아 고수의 한수로는 누추해 보인다. 李왕위는 그러나 아무 잡념없이 명분 대신 실질을 택했다. 이것이 이창호란 사람의 강점이라며 검토실의 프로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협찬:삼성카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