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후 지지율 상승 '강점' 재벌 2세·조직 열세 '약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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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몽준 의원이 대선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검증이란 지뢰밭을 넘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필마단기(匹馬單騎)나 다름없다. 상대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노무현 후보는 각각 1백명이 넘는 소속 의원을 자랑한다.

지금 鄭의원에게 가장 큰 힘은 여론의 지지다. 그는 월드컵 성공 이후 3개월째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는 이회창·노무현 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지지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자신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가,호남에서 노무현 후보가 강세지만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 나머지 지역에선 내가 수위"라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반 DJ, 반 이회창' 정서로 이해하는 鄭의원 측은 지역감정 극복이란 깃발을 들고 나설 생각이다.

鄭의원 캠프에서는 "여기에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의 역량 결집 분위기를 되살릴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과거의 정치 행태와는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결심이라고 한다.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여론의 지지에는 과거 정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鄭의원은 17일 출마선언에서 정치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원내정당 실현과 흑색비방 금지, 지지자 및 자원봉사자 위주의 선거 운동 등을 방법론으로 내놨다. 당파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에는 무소속이란 지위를 장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물론 반박도 만만치 않다. 鄭의원의 인기가 거품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鄭의원 측에선 "97년 대선 당시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의 대선후보군 조사에서도 2,3위를 차지해 왔다"고 받아친다.

鄭의원은 51세다. 젊다는 점도 그의 세일즈 포인트다. 군부대 방문시 60분 간 축구를 하고 10㎞ 마라톤 구간을 완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과 월드컵조직위원장·대한축구협회장 등의 경력은 외교적 역량과 추진력을 주장하는 근거들이다.

반면 그는 재벌2세다. "서민의 애환을 제대로 어루만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현대중공업 지분을 신탁하겠다고 밝혔지만 "돈과 권력을 함께 쥐려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이 대기업 경영을 하면서, 또 정치를 하는 동안의 비리를 추적하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정책의 미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선 의원이면서도 별다른 의정활동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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