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리비아 외교 마찰 조속히 봉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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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리비아 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리비아 정부가 지난달 트리폴리 소재 한국대사관의 정보담당 외교관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한 데 이어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 2명을 불법 선교 활동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 나와 있던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돼 리비아를 방문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의 4대 해외 건설시장의 하나인 리비아와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위를 떠나 유감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 하루빨리 마찰을 해소하는 것이 서로의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리비아에 파견된 우리 외교관의 정보 활동이 문제의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정보 활동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지만 리비아의 판단은 다른 것 같다. 금기(禁忌)시 되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그의 아들에 관련된 정보 활동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첩보 활동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말도 들린다. 사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다녀온 데 이어 우리 측 정보기관 대표단이 현지에서 리비아 측 관계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리비아가 갑자기 외교관의 정보 활동을 문제 삼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혹시라도 정보담당 외교관의 과욕이나 미숙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마찰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한·리비아 수교 30주년이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체가 리비아에서 수주한 공사만 288건(346억 달러)이다. 현재도 51건의 프로젝트(92억 달러)가 진행 중이다. 2003년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한 리비아는 북핵 문제 해결의 본보기로 꼽히기도 한다. 정부는 최대한의 성의와 인내를 갖고 갈등을 봉합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