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기관, 정부 내수경기 회복정책에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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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재정 조기집행과 종합투자계획, 벤처활성화 방안에 이르기까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에 대한 외국계 투자기관들의 반응은 대체로 썰렁하다.

경기부양을 뒷받침할 예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시기도 다소 늦은 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내수경기 지표 중 가장 침체가 두드러진 민간소비부문의 성장률이 올해 1%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며 연내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회의를 드러내고 있다.

◇"재정.통화 확대정책 약하다"=유동원 씨티그룹증권 상무는 "세금을 크게 낮추지 않는한 올 연내 내수 경기회복은 어렵다"며 올해 민간소비가 상반기에 거의 늘지 않고 하반기 증가율도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상무는 "은행권이 리스크 큰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등 자금흐름 자체에 문제가 있어 금리인하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이것이 대출 및 소비,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재정 및 통화팽창에 나서도 민간소비 심리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증권은 또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통화 및 재정 팽창 정책이 정부의 5% 경제성장과 4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뒷받침할만큼 강력하지 않다"면서 "더구나 이는 우리(씨티그룹증권)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3.3%를 달성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책 일관성 없다. 1년전 부양 나섰어야"=JP모건 이코노미스트 임지원 상무는 "현재 경기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가 기업들과 돈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정책의 실효성과 일관성을 보여 줄 수 있느냐는 문제"라면서 "이같은 관점에서 올해 내수회복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과 소비자들의 수중에 결코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혼란 등으로 이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상무는 그 대표적 사례로 정부가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 3%에서 2%로 낮춰진 부동산 등록세율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고,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역시 정치권의 논쟁으로 늦춰짐에따라 올 상반기 내내 부동산관련 세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예상외 수출강세.유가하락에 '기대'=이처럼 외국계 투자기관 사이에서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리먼브라더스의 윤용철 상무는 "지난해말부터 정부가 각종 경기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그 효과로 올 하반기께부터는 민간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수출 증가율도 일부의 우려처럼 한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고 15% 정도를 유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 임 상무도 △글로벌 IT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거나 △올해 4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JP모건 추정) 유가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에는 올해 한국의 전체 경제성장과 내수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다소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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