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위반 신고 보상금 축소 '카파라치<전문 신고꾼>'기승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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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통위반 차량을 촬영해 경찰관서에 제출하면 정부가 돈을 주는 신고보상금제가 교통문화 개선에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신고가 많이 접수된 2천8백여곳의 교통·도로 시설이 개선됐으며, 시행 초 한달 56만건까지 치솟았던 신고 건수가 17만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찰청은 14일 신고보상제가 정착됨에 따라 '전문신고꾼'(카파라치)의 기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금액을 줄이는 등 대대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교통여건 개선=경찰청은 신고보상금제 시행 이후 ▶중앙선 관련 시설 보완 1천5백50곳▶신호체계 보완 1천52곳▶갓길 개선 2백46곳 등 신고가 집중된 2천8백48곳의 안전시설을 고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중앙선 침범 위반이 잦던 서울 강남의 관세청 앞 교차로의 경우 중앙선에 규제봉을 설치했다. 신호위반 신고가 몰린 경기도 일산 하나로마트 옆길은 신호주기를 변경하는 등 전국적으로 시설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3~12월 신고가 많이 접수된 장소 1백곳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2000년보다 사고 발생이 45.7%, 사상자는 4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신고꾼인 柳모씨는 "집중적으로 신고한 지점에는 대개 10~15일 지나면 교통시설이 개선되거나 '사진촬영 주의' 표지판이 설치된다"며 "카파라치들이 시설이 대폭 개선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위반심리 위축=지금까지 네번 신고를 당했다는 택시기사 홍준표(洪峻杓)씨는 "고발을 당한 직후엔 화가 났지만 이로 인해 법규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오히려 늘 조심하다 보니 경찰관들에게 딱지를 떼는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일선 경찰관들이 봐주고 싶어도 시민들이 신고한 사항이라 꼼짝못한다"며 "교통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경찰관들도 신고돼 과태료를 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에서 지급된 보상 건수는 4백7만여건. 보상금액만도 1백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준법운행 풍토가 퍼지면서 지난해 6월 56만9천여건까지 올라갔던 월별 신고 건수가 지난 7월엔 17만4천여건으로 크게 줄었다.

◇제도 보완=경찰청은 전문신고꾼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신고를 일반 시민들 위주로 바꾸기 위해 현재 3천원인 신고보상금을 2천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신고 기간을 촬영 후 7일에서 5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에 들어가는 필름값·교통비 등의 비용을 계산한 결과 건당 1천7백50원 정도로 나타났다"며 "보상금이 2천원으로 되면 돈벌이를 위한 신고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16일 경찰위원회에서 이 개선안이 통과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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