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플레이션 우려 싸고 전문가들 논란 "가능성 있다""희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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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게 될 것인가.

14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한국CEO포럼 주최로 열린 '제1회 CEO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시장 분석 책임자인 앤디 시에 본부장은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한국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인 조동철 연구위원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또 콘퍼런스에 참석한 CEO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의 6.1%(한국개발연구원 추정치)보다 다소 낮은 5.5%로 전망했다.

한국CEO포럼은 지난해 6월 창립한 전문경영인들의 모임으로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등 1백50여명이 가입해있다. 제주 콘퍼런스에는 75명이 참석했다.

◇디플레이션 논쟁=시에 본부장은 주제강연에서 "한국은 부동산시장이 냉각될 경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수년째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으며▶한국은 중국의 추격 등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가를 낮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동철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년 한국경제는 올해보다는 낮지만 5%대 중반의 건실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趙위원은 "만약 디플레이션 위협이 현실화한다 해도 미국이 재정·금리정책 등을 동원,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인 만큼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증권의 아태담당 김헌수 이사도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긴 하지만 한국이 당장 그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년 경제는 건실할 것=콘퍼런스에 참석한 CEO들은 '내년도 경제전망' 설문조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평균 5.5%로 전망했다. 5.0~5.5%의 응답이 64%로 가장 많았고, 5.5~6.0%로 답한 사람이 30%였다.

CEO들은 또 내년 금리는 현재(4.25%)보다 약간 높은 4.4% 수준으로 전망했으며, 평균 환율은 1천1백40원으로 내다봤다. 물가는 올해보다 약간 높은 3.2%로 응답했다.

서귀포=김영욱·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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