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에 울고 웃은 '투 코리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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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K-K-K.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4번타자로 기용된 날.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은 홈구장 팬들 앞에서 세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희섭은 12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1회말 첫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 득점까지 올렸으나 3,5,8회 말에는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돌아섰다. 시즌 타율은 11타수 1안타(0.091)로 떨어졌다. 엑스포스의 일본인 선발투수 요시이 마사토에게 두번이나 삼진을 당했다.

컵스가 6-3으로 이긴 이 경기에서 엑스포스의 김선우(25)는 6회말 구원등판, 2이닝 3K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내셔널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들떠있다'.

최희섭이 삼진을 당할 때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이다(사진참조). 상체는 '들려있고', 하체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체중이 하체에 탄탄하게 실려 하체의 회전에 따라 상체가 따라가는 이상적인 스윙이 아니다. 상체와 머리가 먼저 볼을 향해 나가고 하체는 따로 논다. 야구 지도자들은 이런 현상이 타자가 투수의 볼을 '따라다닐 때' 자주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삼진은 최희섭과 같은 슬러거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산물이다. 특히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최희섭과 같은 루키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메이저리거를 만났을 때 치기 좋은 공을 기다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쉽다.

그럴 경우 투수가 타자에게 다가올 때까지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게 타격 지도자들의 조언이다. 치려고 따라다니면 따라다닐수록 스윙은 들뜨게 된다는 것이다.

복싱에서 쫓아가며 주먹을 내미는 것과 상대가 들어올 때 받아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충격이 클까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최희섭이 11일 타석과 12일 첫 타석에서 연속 볼넷을 고른 뒤 다음 타석부터 3연속 삼진을 당한 것은 최희섭의 참을성이 모자람을 드러내준다. 최희섭은 마이너리그 기록이 보여주듯 기술적으로는 메이저리그 4번타자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여유와 참을성, 그리고 '수읽기 싸움'이 최희섭의 앞에 놓여있는 관문들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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