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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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바다 옆에서는

술잔의 술, 그 수평선도

광활하고나.

알겠지, 왜 우리가

취하는지를!

-정현종(1939~ ) '수평선'

나 지금 취했다. 바다의 광활함이 술잔의 술, 그 좁은 공간의 그것마저 광활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한 잔 술로 바다를 다 마셔버렸다! 어찌 취하지 않으리. 이 함량 증가. 그렇다고 무작정 무너지는 게 술이 아니다. 시가 아니다. 나는 이 시를 늘 멕시코 시인 라몬 로페스 벨라르데의 것과 함께 읽는다."너에게 이 깨어질듯 줄지어 나오는 음절들을 보낸다./눈 뜬 너의 에스프리의 문턱에 신비의 바람결 같은 구절들을." 술은 이렇게 안으로부터 너를 향해 노래로 열려야 하느니.

정진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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