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리뷰] '파시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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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파시즘

로버트 팩스턴 지음, 손명희.최희영 옮김

교양인, 608쪽, 2만7000원

파시즘은 이탈리아 무솔리니가 시작해 독일의 히틀러가 극단적으로 보여준 독재정치 행태이다. 파시즘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로버트 팩스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파시즘을 20세기 대중정치 시대의 가장 특징적 정치 형태로 보면서 그 기원과 전개 과정을 해부하고 있다. 파시스트의 집권에 동조한 자유주의자.국가사회주의자.보수 엘리트층 그리고 보통 사람들까지 모두 분석 대상이다. 파시즘을 '민족 중흥'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면서 작은 폭력을 묵인하다 결국 야만적 학살에까지 이른 '묵인의 악순환'지적이 돋보인다.

저자의 시각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은 '파시즘'이란 말이 각종 독재에 무분별하게 붙이는 정치적 욕설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그 의미가 모호해져 폭발적 위험성마저 감쇄됐다는 부분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유신 독재나 제 3세계의 군부독재를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용어의 남용이다. 파시즘의 특성은 열광적 대중 운동을 기반으로 집권하는 형태인데 반해 이것이 빠졌기 때문이다.

몇몇 파시스트 개개인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그친 전통적 좌파의 주장 역시 파시즘이 실제 광범한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편협한 분석으로 치부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난 '대중 독재'혹은 '일상적 파시즘'논쟁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는데 참고할 만한 저작이다. 2004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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