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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전쟁 터지면 되레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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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해 발생한 9·11테러 1주년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증시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9일 증시는 추가테러 우려와 미·이라크 긴장 고조 등으로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이날 일본과 대만 증시가 오른 반면 국내 증시가 이처럼 약세를 보인 것은 전쟁발발 이전까지는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걸프전 때와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도 전쟁발발 전에는 주가가 떨어졌다가 발발 이후 오른 점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전쟁발발 이후로 매수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이라크 공격과 관련한 연설이 있을 것이란 소식도 이날 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이번주 목요일(12일)의 더블위칭 데이(지수선물·지수옵션·주식옵션 등의 동시 만기일)와 부시의 유엔 연설 등 악재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증시 주변에 만연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700선이 무너짐에 따라 지난달 6일 장중 저점이었던 66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3백69억원 가량 순매수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이 삼성전자를 장중 내내 지탱케 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증시에 어떤 영양 미칠까=전문가들은 전쟁발발 전 주가가 떨어졌다가 발발 이후에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미국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 91년 초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폭격 이후에는 급반등한 전례도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부터 미국의 반격이 있기 전까지 나스닥지수는 15% 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40일간 나스닥지수는 22% 가량 올랐다.

유가도 마찬가지였다. 두바이산 유가는 쿠웨이트 침공 직후에는 배럴당 17달러에서 27달러로 치솟았으나 미국의 공격 개시 이후에는 27달러에서 15달러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9·11테러 직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졌다.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테러 발생 2개월 만에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고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주가와 유가는 V자형으로 급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루덴셜증권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전쟁으로 인해 주가는 통상 10% 가량 떨어졌다가 승전보와 함께 10~15% 가량 상승하곤 했다"고 밝혔다.

국제 원유가격도 걸프전 때만큼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석유문제 전문가들은 "걸프전 당시보다 현재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줄어든다면 중남미와 러시아·캐나다 등 다른 지역에서 즉각적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만약 이라크에 동조하는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을 파괴해 사우디산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제 원유가는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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