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미 정보 요원이 기밀 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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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9만2201개의 미국 정부 기밀문서는 어떻게 유출됐을까. 내부 정보 폭로 인터넷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기 전에 이를 사전에 열람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Bradass87’이라는 온라인명을 쓰는 인물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Bradass87’은 5월 21일 온라인상으로 미국의 컴퓨터 해킹 전문가인 애드리언 라모를 접촉했다. 그는 인터넷 채팅에서 자신이 두 개의 미국 국방·외교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엄청난 정보들을 줄리언 어센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어센지는 위키리크스를 만든 호주인이다.

라모는 4일 뒤 미 국방부 관리에게 ‘Bradass87’에 대해 제보했다. 다음 날 미 국방부 수사팀은 이라크 바그다드 군기지에서 정보분석 요원으로 활동하던 브래들리 매닝(22)을 체포했다. 그가 ‘Bradass87’이었던 것이다. 매닝은 군 교도소에 수감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그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닝의 체포 뒤 어센지는 미국의 추적을 피해 잠행하고 있다. 그는 수주 전에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한 카페에서 가디언 기자를 만나 “중립지역에서 만나자는 미국 측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위키리크스=정부·기관·기업 등의 내부고발 문건 공개 전문 사이트. 지난 4월 미군 헬기가 2007년 이라크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를 공격하는 38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2006년 호주 출신의 해커 줄리언 어센지(39)가 설립했고, 현재 6명 내외의 자원봉사자가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암호·프로그래밍 등 분야에 대해 자문을 하는 전문가가 800~1000여 명이나 된다. 서버는 법적 보호에 유리한 스웨덴·벨기에 등에 분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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