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탈출 장치 잘못 눌러 10억 날린 공군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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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종석 비상탈출 장치 오작동 사고가 발생한 F-15K와 동일한 기종의 전투기. 조종석 덮개인 캐노피(점선 안)가 떨어져 나가면서 2개의 조종석 중 최모 소장이 앉았던 후방석이 솟구쳐 올랐다. [중앙포토]

후배 조종사 교육을 위해 시범비행에 나선 공군 장성이 비상탈출 장치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활주로에서 공중으로 솟구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냈다. 26일 공군에 따르면 공군대학 총장인 최모(56·공사 25기) 소장은 지난 21일 대구 남부전투사령부 기지에서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전투기 뒷좌석에 올랐다. 후배들에게 ‘최첨단 무기체계 운용전술’을 교육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였다. 앞자리에 앉은 정규 조종사가 이륙을 위한 최종 점검을 뜻하는 ‘라스트 찬스’에 들어간 순간 갑자기 조종석 투명덮개인 캐노피가 날아가면서 최 소장의 조종석이 하늘을 향해 50m가량 치솟았다. 다행히 최 소장은 낙하산이 펴지면서 아무런 부상 없이 활주로에 안전하게 내려앉았다. 공군 관계자는 “최신형인 F-15K는 활주 시에도 비상탈출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조사를 벌여 최 소장이 실수로 비상 탈출용 사출레버를 잘못 작동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최 소장이 비행경력 3000시간의 베테랑이지만 구형 기종인 F-5를 몰아왔기 때문에 실수를 했을 것이란 얘기다. 군 관계자는 “최 소장에 대한 징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캐노피 교체와 비상 탈출장치 재장착 등에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공군은 추산하고 있다. ‘슬램 이글’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F-15K는 대당 가격이 1억 달러(1200억원)에 이르며 2005년 이후 40여 대가 도입됐다. 25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도 4대가 참가하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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