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건곤일척을 꿈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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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2국>
○·추쥔 8단 ●·쿵제 9단

제 9 보

제9보(96∼106)=흑▲의 쓰라린 돌파를 당하며 추쥔 8단의 이마에 힘줄이 불거졌다. 허리를 깊숙이 꺾어 판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는 바람에 검토실의 모니터로는 판을 볼 수 없다. 막을 수는 없으니까 96으로 물러난다. 그 순간 백은 죽죽 밀린다. 100의 시점에서 추쥔은 간신히 두 발로 버텨냈다. 흑도 103의 수비가 급해졌으므로 그 틈에 104로 막아냈다. 비록 백△ 넉 점은 불귀의 고혼이 되고 말았지만 부득이한 희생이다.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버릴 준비가 돼 있었으므로 마음 아플 것도 없다. 추쥔의 마음속엔 오직 ‘좌변’뿐이다. 그곳 경계에서 전운이 무르익고 있다. 흑 집은 줄잡아 65집. 따라서 백이 좌변에 50집 이상을 만들면 바둑은 이긴다. 상대도 최대한 버티겠지만 추쥔은 이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고 이때를 위해 모든 전력을 투입했다.

예상대로 상대는 105로 달아난다. 106은 추쥔이 105를 예상하며 오래전에 준비해 둔 수. 드디어 건곤일척의 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참고도’ 흑1로 이으면 백2가 있다. 6까지 선수로 벽을 쌓은 뒤 8로 포위하면 끝이다. 추쥔 8단은 숨막히는 긴장과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쿵제 9단은 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표정에 변화가 없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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