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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이 웰빙을 만났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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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무게의 40%가 단백질이다. 각종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그러나 포화 지방은 없다. 오히려 올리고당.식이섬유 등이 체지방을 빼주고 지방의 한 종류인 레시틴은 혈관에 엉겨 붙은 노폐물이나 기름덩어리를 줄여 준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성인병도 막아준다니 먹거리로는 환상적인 재료다. 바로 콩 얘기다. 더군다나 다른 곡물에 비해 비싸지도 않고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가슴이 답답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2005년. 콩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어떨까.

◆뜨거워져 가는 콩 열풍=풀무원 식생활연구소 유윤희 소장은 콩 예찬론자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백질이 풍부한 콩의 별명은 '밭고기'"라며 "콩으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전통적으로 콩나물.두부.장(醬) 등을 통해 콩을 섭취해 왔다. 서양에선 주로 가축 사료로 사용해오다 아시아의 콩 음식 문화를 보면서 콩을 다시 발견했다. 제네럴 밀스.켈로그.네슬레 등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콩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대두에서 뽑아낸 단백질이 '심장질환에 좋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콩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콩 식품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웰빙 붐을 타고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의 콩 열풍은 2년 전 검은콩 우유로 시작됐다. 검은콩이 노화방지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이후 아이스크림.가공식품.화장품.의류 등으로 콩 활용 분야가 늘어났다. 가장 흔한 콩 요리인 두부 시장에는 풀무원에 이어 지난해 두산이 가세했다. 올해는 여러 대기업이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 콩 요리의 신선한 변신=콩 요리 전문 음식점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서울 삼청동의 '콩두'(02-722-0272)는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맛과 멋이 조화된 콩.두부요리를 코스로 선보인다. 콩을 볶아 끓인 물에서부터 콩과 숯가루로 만든 빵, 콩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까지 온통 콩으로 만든 퓨전요리가 나온다. 디저트 콩 아이스크림은 일품이다.

지난해 말 풀무원이 연 '델리 소가'는 콩 요리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두부를 이용한 샐러드와 스테이크.롤.라떼.케이크 등 콩을 이용한 요리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종이처럼 얇은 '유바', 순두부에서 물기만 빼고 성형을 하지 않은 '숨두부', 비단처럼 매끄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진 '비단 두부' 등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두부도 판다. 풀무원 측은 올해 '델리 소가'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냄새가 없고 먹기 편한 청국장 제품도 늘고 있다. 콩그린식품의 '냄새 없는 콩킹 청국장'은 영하 45도에서 급속동결해 만든 분말이다. 이 회사는 분말뿐 아니라 알약 형태.바.음료 등 다양한 형태의 청국장 응용 제품을 내놓았다. 천호식품의 '청국장환'.'생청국환'은 구슬 형태로 만들어 소화흡수율을 높이고 영양이 덜 파괴되도록 한 제품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만들어진 콩고기도 맛이 괜찮아지고 있다. 풀무원의 '퓨렘 로스구이'.'퓨렘 소이윈너'는 콩의 영양을 그대로 담았지만 고기로 만든 소시지 맛이 난다. 삼호F&G의 '생선어(魚)콩두(豆)'는 북태평양산 생선살과 담백한 콩단백을 기본으로 갖은 채소를 넣어 만든 어묵이다. ㈜장수두부촌의 컬러 두부도 주부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검은콩.녹차.인삼 등 천연성분으로 색깔을 낸다.

◆안 쓰이는 데가 없는 콩=콩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화장품이다. 콩이 노화를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온 다양한 화장품이 콩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오휘 액티브 빈'(LG생활건강).'소이 페이스 클렌져'(프레쉬) 등 아예 상표에다 빈(bean)이나 소이(soy) 등의 표현을 쓰는 제품도 나왔다. 다이어트 식품에도 콩은 빠지지 않는다.

가공식품 업계에도 콩 바람이 불고 있다. 해태제과의 '고기가 전혀 안든 고향만두'는 만두소에 소고기.돼지고기 대신 콩으로 만든 고기를 넣었다. 대신 새송이 버섯으로 고기 씹는 맛을 냈다. 농심이 선보인 '채식주의' 라면은 면에 검은콩 추출물을 첨가했다. 콩은 섬유 소재로도 사용된다. 콩의 천연 토코페롤과 천연 사포닌 성분이 아토피.민감성 피부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특히 유아.아동복 업체들이 콩 섬유 제품을 많이 출시했다.

㈜좋은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속옷 '콩의 기적'을, LG패션은 스웨터 '소이빈 실크 스웨터'를 팔고 있다. LG패션은 올 하반기 콩 섬유로 만든 정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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