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루사'한반도강타]강릉 오봉댐 근처 도로 산사태 車 10여대 매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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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비명도, 아비규환도 없었다.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산더미에 10여대의 차량이 그대로 매몰되거나 휩쓸리면서 댐 아래로 추락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오봉리 35번 국도 속칭 말굽재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선 지난달 31일 오전 9시30분쯤. 강릉국도유지관리사무소측은 중장비를 동원해 도로 위 낙석들을 치우고 있었고, 꼬리를 문 차량들은 일방통행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 있었다.

사고를 목격한 김주백(50·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씨는 "'우르릉' 소리와 함께 산사태가 나면서 차량 10여대가 눈깜짝할 사이에 도로 아래로 쓸려내려갔어요. 그리고는 도로도, 차량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강릉시측은 사고 시간으로 미뤄 사고 차량에는 강릉시내에 거주하면서 왕산면이나 정선군 임계 등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태백·정선 지역 주민들이 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119구조대와 경찰·강릉국도유지관리사무소가 1일 굴착기·덤프트럭 등 20여대의 중장비와 4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여 인양한 시체 3명 중 김상기(32)·이귀동(33)씨 등 2명은 강릉농협 왕산지소 직원으로 출근 중이었다. 또 지난달 31일 발굴된 김태환(29·태백시 황지동)씨도 태백지역의 한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으로 드러났다.

2차 산사태 우려와 2만여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낙석 및 토사로 구조와 발굴에 어려움을 겪던 119구조대는 이들 3명의 시신을 수습한 것을 끝으로 1일 오후 5시 일단 철수했다.

사고지점 양쪽으로 1㎞쯤 떨어진 지점에서 도로가 각각 유실된 데다 차량 매몰 구간에 흙더미 제거작업이 지연되고 통신망마저 두절되면서 추가 발굴작업에 어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119 구조대는 2일부터 강릉국도유지관리사무소에서 벌이는 산사태 정리작업을 지켜보면서 추가로 매몰 차량이 발견될 경우 구조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강릉국도유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목격자의 진술들이 엇갈려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고 당시 매몰된 차량은 6~7대, 오봉댐으로 추락한 차량은 3대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실된 도로 복구와 매몰 차량 발굴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나 치워야 할 낙석 더미가 워낙 많아 구조작업이 마무리되려면 4~5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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