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브라질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쑥쑥 크는 10대 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오른 축구대표팀에는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청용(22)·기성용(21) 등 현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더 성장하고, 여기에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영건’들이 가세할 것이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인 석현준(19·아약스)·손흥민(18·함부르크)·남태희(19·발랑시엔)는 각각 네덜란드·독일·프랑스에서 세계 수준을 경험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 무한대’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김우홍(15·레알 마드리드)·백승호(14·FC 바르셀로나)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뛰는 손흥민(사진 왼쪽)과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의 석현준.

◆‘1m90㎝의 이소룡’ 석현준=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뛰는 석현준의 별명은 ‘브루스 숙 리’다. 이소룡의 ‘브루스 리(Bruce Lee)’와 석현준의 ‘석(Suk)’을 합친 것이다. 석현준은 훈련 중 동료의 패스가 머리 높이로 날아오자 쿵후를 하듯 오른발을 쭉 뻗어 볼을 컨트롤했다. 석현준의 유연함에 마틴 욜 아약스 감독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이후 석현준을 ‘브루스 숙 리’라 부르며 애지중지하고 있다. “16m(페널티박스) 안에서는 무조건 슛이 나오는 선수다. 목숨이 걸린 듯 훈련에 대단한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이 욜 감독의 평가다.

대형 공격수 석현준의 아약스 입단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신갈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 석현준은 국내 대학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잉글랜드로 날아가 첼시·웨스트햄 등에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모두 낙방했다.

‘보는 것도 공부다’라는 심정으로 아약스 훈련장을 찾은 석현준은 다짜고짜 욜 감독에게 테스트 기회를 달라고 했고, 갑자기 통보받은 2군 연습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장까지 20분을 뛰어갔다. 아약스는 석현준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정식 입단 테스트 기회를 줬고 지난 1월 정식 계약을 했다. 석현준의 지난 시즌 성적은 1군 5경기 무득점, 2군 9경기 8골·3도움이다. 욜 감독이 석현준의 등번호를 39번에서 21번으로 바꿔줘 그를 올 시즌 1군에서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현준은 24일(한국시간) 첼시와의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5분만 뛰고도 1골을 기록, 총 5골로 프리시즌 팀 내 득점 랭킹 3위에 올랐다.

◆‘숨겨진 진주’ 손흥민=축구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아버지 손웅정(48)씨는 손흥민이 중3이 될 때까지 학교 축구부에 넣지 않고 개인 훈련만 시켰다. 손흥민은 2007년 육민관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또래 아이들보다 더 정확한 패스와 슈팅을 구사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2까지 8년 동안 기본기 연습에만 몰두한 덕분이었다.

육민관중-동북고에서 7개월 정도 뛴 손흥민은 2008년 7월 대한축구협회 후원을 받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합류했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최전방부터 좌우 미드필더까지 뛸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계약을 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 5경기에서 3골을 뽑으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깜짝 스타의 탄생이었다.

올 6월 함부르크 1군에 합류한 손흥민은 ‘스트라이커의 교본’으로 불리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34·네덜란드)의 집중 과외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이달 초 함부르크 지역 하부리그 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각각 2골·3골을 몰아넣었다. 함부르크 지역언론은 손흥민이 함부르크를 넘어 분데스리가를 빛낼 유망주라며 주목하고 있다.

김종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