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풍 노래로 30대도 강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H.O.T를 '에초티'가 아닌 '핫'으로 읽어 망신당하던 구세대에겐 어쩜 지난해 5월 H.O.T의 해체 소식이 반가웠는지 모른다. 재계약을 둘러싸고 일부 멤버들과 소속사 간에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었다. 당시 10대 팬들은 울며불며 항의소동을 벌였다.

그 중 솔로로 전향한 강타(22)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이돌 스타에서 20~30대로 팬층을 넓히는데 성공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솔로 활동을 시작한 문희준이나 새로운 그룹 jtl을 결성한 다른 세명의 멤버들이 여전히 10대 팬들을 몰고다니는 것과 비교된다. 강타는 차분한 발라드와 재즈 등 30대도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대중가수인 이상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다면 더욱 좋잖아요. 저도 이젠 10대를 넘어섰고…. 다행히도 20~30대까지 아우르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이 제게도 잘 맞는 것 같고요. 다른 멤버들도 각자 원하던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지난해 8월 발표한 첫 솔로 앨범 '폴라리스(Polaris)'에 이어 이번 주 내놓은 2집 '파인 트리(Pine Tree)'는 그같은 팬층 확산의 뜻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음반이다. 다른 작곡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솔로 데뷔 앨범과 달리 이번엔 더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쓰고 싶어 자작곡도 두배로 늘렸다. 지난 23~24일엔 2집 발매를 기념, 솔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정말 반성 많이 했어요. 모두 3회 공연을 하면서 60여곡을 불렀는데, 관객들은 별로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전 두번째 공연 때부터 목이 완전히 쉬어 고생했거든요. 그동안 자작곡을 만든다며 나도 모르게 폼을 재느라 정작 기본인 노래 연습을 게을리했다는 걸 깨닫고 너무나 부끄러웠죠."

마음의 부담도 적지않아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선 술을 실컷 마셨다고 한다. 이런 '꽃미남'이 술도 많이 마시냐고 묻자 함께 있던 스태프들이 모두 킬킬댄다. 강타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느냐면서. 터프한( ? ) 그의 일면은 최근 연예계 PR비 파동에 대한 거침없는 답변에서도 느껴졌다.

"저야 노래만 했지 자세한 내막은 잘 몰라요. 그렇지만 최소한 우리 회사(SM엔터테인먼트)가 정치하는 사람들보다 국가에 훨씬 많은 공헌을 해온 거 아닌가요. 중국 등에 한류(韓流)를 처음으로 일으키고 보아나 SES를 통해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잖아요. 얼마 전만 해도 문화 콘텐츠 수출한다고 마구 치켜세우던 사람들이 요즘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매도하는 걸 보면 화가 나요."

그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방송활동도 재개한다. 두곡 정도 중국어로 바꿔 부른 음반도 다음달 말께 중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특별히 중국팬들을 위해 새 노래도 한두 곡 만들어 넣을 생각이라고. 또 13일 개봉되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선 주제곡을 불렀고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사이버 가수로도 등장한다.

"제 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위해서라면 연기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란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상큼한 미소보다 더욱 기분좋게 들리는 약속이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