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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US오픈 32강'강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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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의 랭킹은 1백위권, 오랫동안 제자리 걸음이라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점수를 조금만 더 보태면 두자릿수 랭킹에 진입해 그랜드슬램대회 본선에 바로 뛸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6월 월드컵 기간 중 국내에 있으면서 '붉은악마' 대열에 참여했고, 해보고 싶던 인라인 스케이트도 배웠다. 마음의 여유. 나 자신도 되돌아 보고 긴장을 털어버렸다. 이제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일 채비를 끝냈다."

조윤정(23·세계랭킹 1백7위·삼성증권)이 7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한 잡지에 쓴 글이다. 1년의 대부분을 국제대회 참가로 보내는 조윤정은 올해 윔블던 예선탈락 후 약 2개월 간 국내에 머무르며 오랜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힘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총상금 1천6백만달러)에서 빛나고 있다.

조윤정이 30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올해 프랑스 오픈 복식 우승자인 파올라 수아레즈(아르헨티나·32위)를 2-0(6-4,6-4)으로 완파하고 3회전(32강)에 진출했다.

조윤정의 3회전 진출은 1982년 이덕희(재미사업가)씨가 이 대회 3회전에 진출한 이후 20년 만의 쾌거로 한국 여자테니스 사상 메이저 대회 3회전 이상 진출은 이번이 세번째다. 현재 이 대회 여자단식 3회전에는 스기야마 아이(일본·19위)·타마린 타나수가른(태국·27위) 등 아시아 강호들이 모두 탈락, 조윤정만이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남았다.

조윤정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격적인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첫 세트를 손쉽게 따냈다. 둘째 세트에서 조윤정은 게임 스코어 3-4로 뒤진 여덟번째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0-30의 위기에 몰렸으나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4-4를 만들며 주도권을 되찾았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안동여고를 졸업한 조윤정은 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95년 삼성물산 테니스팀에 스카우트돼 일찌감치 국제무대의 꿈을 키워왔다. 투지와 스피드가 좋은 조윤정은 지난해 2월 다우코닝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본격적인 신고식을 치른 뒤 올해 7월 애플&이브 클래식챌린저 우승과 3개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윤정은 상금규모가 두번째로 큰 US오픈에서 3회전에 올라 이미 상금 3만6천5백달러(약 4천3백80만원)를 확보했다.

조윤정의 3회전 상대는 세계랭킹 5위이자 91·92년 US오픈 우승자인 모니카 셀레스(미국)로 결정됐다. 조윤정은 셀레스와 지난해 8월 일본오픈에서 한차례 맞붙어 0-2(2-6,3-6)로 패한 바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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