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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쇄살인 ⑪ 서남부 지역 연쇄 살인마, 정남규

중앙일보

입력

2004년 1월부터 2년 3개월에 걸쳐 13명의 시민을 죽이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경기도와 서울 서남부 지역을 주로 돌아다니며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을 노리거나 여성들만 사는 집을 침입했다. 희생된 이 중에는 13살 여자 아이와 정신지체 장애여성도 있었다.

서남부 지역에서 잇달아 피습 사건이 일어나자 ‘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란 괴담이 돌며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2006년 9월 사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되어 있던 중 2009년 11월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트에는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인생은 구름 같은 것’ 등의 기록이 발견됐다.

다음은 중앙일보 4월 25일자 14면 기사

<"직장 없고 결혼도 못하고 부자만 보면…" 세상이 싫은 '증오 범죄'>

세상에 대한 적개심으로 무차별 강도살인 행각을 벌여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세 자매 피습사건’을 비롯해 2004년 서울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 등 다수의 미제(未濟)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27일 발생한 세 자매 피습사건 등 8개 강도.살인.상해 사건과 관련해 정모(37)씨를 24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5시쯤 관악구 봉천8동 김모(55)씨의 집 2층 방에 들어가 잠자던 김씨의 세 딸을 둔기로 내리쳐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금천구 시흥동 모 빌라에서 잠을 자던 황모(47.여)씨와 황씨 아들을 쇠망치로 때려 중태에 빠뜨렸으며, 같은 해 10월에도 관악구.영등포구 일대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지난 1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3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정씨는 가정집을 털 때 집주인에게 발각되거나 금품이 적을 경우 피해자들을 쇠망치.파이프렌치 등으로 마구 가격하는 행태를 보였다. 심지어 13세 어린아이나 정신지체 장애 여성에게도 비정하게 흉기를 휘둘렀다. 정씨는 이달 22일 새벽 영등포구 신길동의 가정집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집주인에 의해 붙잡혔다.

경찰은 정씨를 긴급체포한 뒤 교통카드 조회 결과를 근거로 추가 범행을 추궁해 “지하철 2호선으로 이동하면서 강도사건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인천에서 70대 노모와 누나 등과 함께 사는 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을 범행 무대로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04년에도 연쇄 살인=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2004년 4월 새벽 서울 고척동에서 귀가하던 김모(20.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당시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발생한 6건의 살인사건 중 3건(2명 피살, 1명 중상)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당시 연쇄 살인사건은 뚜렷한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아 시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줬다.

김씨의 자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씨가 살해한 사람은 5명으로 늘어난다. 불우하게 성장한 정씨는 “가난한 사람이라 늘 손해만 봤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부자들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씨는 정작 부유층 주택가에선 폐쇄회로(CC)TV 때문에 범행을 피하고 서민 거주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강도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정씨가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지역에서도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 중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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