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기술 자립 단계 美·加에 부품 역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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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영광원전 5,6호기를 보면 한국의 원전 기술은 물론 과학기술 전체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곳의 기술이 미국·캐나다·중국·북한 등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영광원전 5,6호기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민계홍(53·사진)건설소장. 1984년 영광 1,2호기 건설 현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영광원전의 발전과 함께 커온 그는 완공을 앞둔 6호기를 가리키며 가슴 벅찬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1978년 국내 원전 1호기인 고리원전이 건설될 때만 해도 국산이라고는 건설 인력·시멘트·모래 정도 였으나 6호기에는 설계에서부터 시공·부품에 이르기까지 국산 아닌 것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원전 기술의 자립은 파급 효과가 엄청납니다. 원자로를 비롯한 발전소 전체를 리히터 규모 6.5에도 견디게 지어야 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건설 기술이 필요합니다. 부품도 혹독한 원자로 계통에서 30~40년을 견딜 정도의 초고품질을 요구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이 갖춰졌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에게 원자력 기술을 준 미국이나 캐나다조차 이제 부품을 되사가고 있다. 민소장은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자동차와 반도체·원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산업의 동력인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발전은 훨씬 더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 이후 몇몇 나라에서 원전을 폐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대안이 없어 이를 취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반핵과 원자력 확대를 놓고 더 이상 소모적인 대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가 말하는 세계 원자력계의 움직임이다.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인 방사선이나 폐기물의 폐해가 우려되면 그것을 잘 관리하고 제압할 기술을 개발하는 게 순서라고 민소장은 강조했다.

그가 책임을 맡아 짓고 있는 영광 5,6호기가 모두 가동되면 영광원전의 전기 생산용량은 5백90만㎾로 늘어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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