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심 반영한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심(民心)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28일 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부결로 결론나자 한나라당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결 원인을 인사 실패·검증 시스템 마비로 몰아갔다. 남경필 대변인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 "총리지명자의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朴실장은 책임지고 물러나라"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南대변인은 "국정 공백을 운운하며 야당에 모든 책임을 돌리지 마라"는 말도 했다.

사실 부결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내 과반수인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시·도별 의원 모임을 거쳐 오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부결하자"고 정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견은 전혀 없었다"는 게 南대변인의 얘기다. 그래서인지 정작 부결 발표 순간 본회의장은 조용했다.

의총에선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안택수(安澤秀)의원이 도덕성·실정법 위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도덕성과 국정 수행 능력에 문제가 있는 풋내기 공직자가 총리가 돼선 안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한 주간지에 따르면 박지원 비서실장이 '에라 내가 총리를 직접 해버릴까'라고 했다"며 "張지명자의 인준이 朴실장의 국정 농단을 위한 작품이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엄호성(嚴虎聲)의원은 "張서리는 사직당국이나 세무당국에서 고발하면 언제든 처분 결과에 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거들었다. 결국 즉석 구수회의가 열렸고 서청원(徐淸源)대표는 "민심대로 떳떳하게 부결시키자"며 부결 당론을 선언했다.

오전엔 南대변인이 "총리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72.9%) '자격이 없다'(57.8%)는 지적이 많아 '통과시켜선 안된다'(55.3%)"는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안된다는 의견이 26일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적지 않은 의원이 이날도 장대환 지명자와 박지원 실장 등에게서 "인준해 달라"는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한 측근은 "장대환 지명자가 李후보의 경기고 동문이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