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님, 선진 중국" … 윤증현 장관 오찬사 ‘과공’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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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장관 윤증현의 베이징일기까지’.

2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 9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찬사엔 이런 제목이 붙었다. 그는 『열하일기』를 소개하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주의 사상의 맥락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의 오찬사엔 ‘황제님’ 등 일부 ‘과공(過恭)’으로 비치는 표현이 들어갔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한·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실체에 의문이 일고 있는 시점이라 이에 대해 예민한 반응도 나온다.

윤 장관은 이날 언론에 미리 배포한 오찬사에서 “230년 전 열하(熱河)는 여름철 세계정치·경제의 중심지였다”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열기를 현재의 베이징에서 다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도 했다.

“230년 전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칠순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의 사신 일행이 두 달 넘는 기간 천신만고 끝에 당시 수도 연경(北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황제님은 열하로 피서를 떠나고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신들은 250㎞의 길을 재촉해 열하를 서둘러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선진 중국’에 대한 찬사도 곁들였다.

“연암 박지원은 당시 선진 중국의 문명을 조선에 소개함으로써 조선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조선은 백성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이롭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정책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프랑스 유학도 덩샤오핑님의 흑묘백묘론(黑描白描論)에서 재등장하였고 이것이 중국식 시장경제를 탄생시켜 오늘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익명을 원한 한 연구원의 국제관계 전문가는 “청나라 건륭제 당시는 중국 역사에서 화려했던 한 부분일지는 모르지만 돈독했던 한·중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못 된다”며 “왜 굳이 『열하일기』를 소개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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