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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lace 뜨는 상권 현지 르포] ③ 부산 해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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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층 건물이 가득해 홍콩을 연상시키는 부산 해운대의 전경이다. 신세계·롯데백화점 등 쇼핑몰이 들어선 센텀시티(왼쪽)와 요트가 줄지어 선 수영만 요트경기장(가운데), 고층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선 ‘마린시 티’(오른쪽)가 보인다. 밑으로 지나는 다리는 광안대교다. [해운대구청 제공]

#1. 19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푸른색 파라솔이 해변을 수놓고 있다. 따가운 햇살 아래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이 어림잡아 3000여 명. 비키니 차림 여성은 해변을 걷고 어린이들은 모래성 쌓기에 한창이다. 몇몇 젊은이는 비치발리볼을 한다. 오일을 바르고 선탠 중인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스웨덴에서 온 오스카 놀랜더(25)는 “친구 소개로 이곳에 들렀다”며 “도시와 해변이 한데 있어서 미국 마이애미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오후 5시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달맞이 고개’. 20대 여성 세 명이 이곳을 찾았다. 선글라스를 앞머리에 살짝 걸치고,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직장인 김혜진(24·여)씨는 “서울에서 휴가를 내고 친구들과 1박2일 일정으로 놀러 왔다”며 “해외여행을 떠날까 생각하다가 돈과 시간을 따져보니 해운대만 한 곳이 없겠다 싶어 들렀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성현선(25·여)씨도 “친구들과 가끔 해운대에 들르는데, 갈수록 해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난다”며 거들었다.

외국인도, 한국인도 이국적이라고 말하는 곳. 중앙일보·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 303명의 부산 젊은이 중 37%(111명)가 이곳을 뜨는 상권으로 꼽았고, 서면이 29%(88명)로 뒤를 이었다. 남진만 한국리서치 기획조사1부장은 “서면에서 쇼핑·외식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막상 뜨는 상권으로는 해운대를 꼽았다”며 “해운대가 향후 수년간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곳이 뜨는 상권에 꼽힌 것은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대표되는 여름 한철 휴양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 전태유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대도심에 휴양지 개념을 덧붙인 곳은 해운대가 유일하다”며 “천혜의 조건에 더해 쇼핑·레저·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쇼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산의 ‘센텀시티’다. 이곳에는 신세계·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과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몰려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학생 강정은(22·여)씨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서울보다 시원하고 널찍한 곳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레저·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달라졌다. 단순히 해운대·송정해수욕장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다. 해양 산책로를 갖춘 동백공원에는 2005년 9월 완공한 누리마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하우스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2013년까지 재개발한다. 대규모 온천 리조트도 짓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몇 년 전부터 주무대를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옮겼다. 센텀시티에 짓고 있는 부산영상센터(두레라움)는 2011년 9월 완공 예정이다. 장익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담당 과장은 “사계절 휴양지로 거듭나면서 몇 년 전부터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사라졌다”며 “지난해 매출이 2000년 대비 81% 늘었다. 호텔 업계에서는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해운대가 이렇게 변한 데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조미숙 해운대신문 편집장은 “1995년 벡스코(BEXCO)가 들어서고 2005년 APEC 행사가 열리면서 해운대 개발이 10년 이상 빨라졌다”며 “외국인을 비롯해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연중 해운대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04년 KTX가, 2008년 에어부산 등 새 항공노선이 개통한 것도 호재였다.

그 결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꾸준히 늘었다. ‘수민이네’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윤보경(44·여) 사장은 “97년 장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부산 이외 지역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주말 손님 중 절반 이상이 타지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제영정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장은 “외국인 방문객 숫자가 2007년 18만 명, 2008년 22만5000명, 지난해 28만1000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주부 김정숙(28·여)씨는 “서울 못지않게 물가가 비싸다”며 “대형 쇼핑몰이 늘었지만 그만큼 골목 가게가 줄어들어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름철 바가지 요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여름 해운대를 찾았다는 허승진(27)씨는 “숙박 요금이 특히 비싼 편이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지난달 숙박업소의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기 위해 ‘요금 상한제 및 환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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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시티’로 거듭난다=해운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유흥가다. 해변가에 파라다이스호텔·웨스틴조선호텔·그랜드호텔 등 대형 호텔이 줄지어 서 있고, 뒤편으로 음식점·주점·나이트클럽 등이 몰려 있다. 온천거리도 이곳에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달맞이 고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해송(海松)이 울창해 풍광이 좋다.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카페·바·레스토랑이 가득한 게 특징. 김희정(31·여) ‘언덕위의 집’ 레스토랑 주임은 “88년에 문을 열었다. 인터넷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져 최근에는 타 지역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비슷한 거리에 전통 있는 가게들이 몰려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특히 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장산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신시가지는 ‘좌동’이다. 96년 입주를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좌동 재래시장과 2001아울렛, 프리머스 영화관 등이 있다. 좌동에 사는 대학생 신병구(22)씨는 “술집·영화관·카페 등 웬만한 즐길 거리가 다 있다”며 “굳이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이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마린시티’다.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55억원(약 420㎡ 규모)짜리 펜트하우스도 선보였다. 2000년만 해도 매립지에 불과했던 곳이 상전벽해가 된 셈이다. 이정미(51·여) 집사랑 공인중개사 대표는 “3~4년 전 3.3㎡당 900만~1000만원 하던 시세가 비싼 곳의 경우 3500만~4000만원까지 뛰었다”며 “서울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투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백화점·대형마트가 밀집한 쇼핑지구 ‘센텀시티’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만난 개그맨 홍록기(41)씨도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저도 해운대에 들를 때마다 놀랍니다. 2~3년마다 휙휙 달라진다니까요.”

부산=김기환 기자



기네스북 오른 세계 최대 백화점
먹고 쇼핑하고 온천욕까지 즐겨

해운대 랜드마크  신세계 센텀시티점

‘지상 14층, 지하 4층. 연면적(건물 각층 바닥 면적을 모두 합한 면적) 29만3906㎡(약 8만9000평). 아이스링크·스파·영화관·실내골프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

지난해 3월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사진)의 스펙이다. 이 백화점은 같은 해 6월 미국 뉴욕의 메이시백화점(연면적 19만8500㎡)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해운대를 뜨는 상권으로 꼽은 이들 중에서는 이곳을 랜드마크로 선정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워낙 크다 보니 많은 사람이 해운대 하면 이곳을 떠올린다는 얘기다.

매머드급 백화점에 걸맞게 건물 안에서 먹고, 쇼핑하고, 즐기는 게 모두 해결된다. 스파를 찾은 고형길(33·직장인)씨는 “휴일에 이곳에 들러 온천욕을 하고 오후엔 영화관에 가거나 쇼핑을 한다”며 “특히 비가 내리거나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는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규모가 워낙 커 빠른 걸음으로 걷지 않으면 다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전우만(55) 센텀시티점장은 “서울 강남점에서 일할 때는 매장을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했지만, 이곳은 한 번 도는 데 3시간은 걸린다”며 “한 번 돌 때마다 12㎞씩, 하루 세 번을 둘러보니까 매일 36㎞씩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관리 인원도 많이 필요하다. 환경미화원·주차요원 숫자만 300여 명. 서울에서도 대형 점포에 속하는 강남점(200여 명)보다 많은 숫자다.

해운대에 있다는 점 때문에 성수기가 여느 백화점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봄·가을이 성수기이고, 여름은 비수기다. 하지만 센텀시티점의 경우 오히려 반대다. 전 점장은 “여름에는 피서객 때문에 평소에 비해 매출이 약 10%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길을 잃는 쇼핑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곳곳에 안내용 가이드북을 비치해 뒀다. 한 달에 1만여 개씩 비치해 둔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러 영어·일본어·중국어 가이드북도 매달 6000개씩 준비한다. 권병원(29) 영업담당 사원은 “외국어 가이드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환 기자

◆ 도움말 : 한국유통학회, 세종창업연구소, 신세계백화점, 해운대구청, 해운대관광안내소
◆ 4회는 울산의 뜨는 상권인 삼산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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