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공룡화석지는 좋은 연구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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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남 고성군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연구 대상입니다. 공룡 시대를 그린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입니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미국 캔자스대 래리 마틴(59) 교수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사업단의 초청으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지난 17일 내한했다.

고성을 둘러보고 온 그는 21일 "공룡의 뼈는 모양을 말해줄 뿐이지만 발자국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며 "고성처럼 독특한 발자국 화석이 많은 곳은 탐나는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 다시 와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목이 긴 초대형 초식 공룡 새끼의 발자국이 무더기로 찍혀 있는 곳은 고성 외에는 없습니다. 발자국을 보니 소보다 작은 새끼 공룡 50~60마리가 부근에서 떼지어 놀았던 것 같더군요."

고성 화석지에 '공룡 유치원'이란 별명을 지어줬다는 그는 "목이 길다란 공룡이 얕은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뭔가를 먹을 때 바닥에 생긴 듯한 흔적을 처음 봤으며, 몇천만년 전 새가 주변을 맴돌며 벌레를 사냥한 자국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와 함께 이를 연구할 계획이다.

"고성 화석지를 생태 학습장으로 잘 꾸며놓아 놀랐습니다. 미국에도 이런 곳은 없지요. 단단한 지대라 화석이 훼손되지도 않겠지만, 필요한 곳을 잘 보존했더군요.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도 볼 수 있게 하는 화석지는 세계적으로 드뭅니다."

그는 "공룡 화석지가 있는 나라들은 고성군에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교수는 22, 23일 서울대에서 대학원생들에게 강연한 뒤 오는 24일 귀국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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