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막화 비상 : 서울시 면적의 5배 규모 中서 매년 모래에 덮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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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톈모(天漠)사막은 수십년전까지만 해도 작은 모래언덕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몽골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이 이 곳을 휘감아 흐르던 강과 농토를 뒤덮어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막이 베이징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매년 서울 면적의 5배 가량인 3천㎢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1950년대 이래 사막이나 황무지로 변한 땅은 남한 면적에 육박한다. 그 여파로 한반도는 매년 4만~8만t의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며 극심한 황사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지리학회는 2000년 "중앙 아시아의 아랄해가 30년 후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련이 면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아랄해로 흘러드는 강의 물길을 돌려놓은 결과라는 것이다. 한 때 6만8천㎢에 이르던 해수면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바다 생물체도 사라져 지금은 바다라기 보다는 얕은 호수에 불과한 상태다.

사막화는 전대륙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중남부 지대를 중심으로 전 국토의 40%가 사막화 위기에 처해 있다. 비옥한 유럽대륙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등 여기저기에서 사막이 확대되고 있다.

사막화의 직접 원인은 강수량이 수분 증발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뭄과 같은 기상조건만으로 사막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기구(UNCCD)는 "마구잡이 벌채와 개간 등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의 회복능력이 파괴된 탓"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황사의 발원지 몽골과 중국에서는 가축 방목으로 초원이 사라진 자리가 그대로 사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의 사막 확대는 수익성이 높은 올리브 나무를 과도하게 경작하는 바람에 지하수원이 고갈된데 따른 것이다.

삼림이 초원으로 변하고 초원이 다시 사막으로 바뀌는 지구 황폐화의 피해는 농경지 감소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삶의 터전을 잃은 환경난민들로 인한 대탈주 행렬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며 "사하라사막 이남지역에서만 2020년까지 6천만명의 난민이 북아프리카의 해안도시나 유럽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비옥한 토양과 삼림에 서식하던 동·식물도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환경단체들은 26일부터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사막화와 산림 황폐화 방지를 위한 별도기금의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사막화 때문에 비상이 걸린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저개발국의 사막화 방지에 선뜻 돈을 대겠다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예영준·정효식 기자

<시리즈 순서>

① 온난화 비상

② 수자원 고갈

③ 사막화 비상

④ 에너지 위기

⑤ 빈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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