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25m 앞 초소 찾은 클린턴·게이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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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SA 방문  21일 오전 11시51분. 비가 내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나란히 섰다. 양측 국방장관은 한 우산을 쓰고, 클린턴 장관과 유 장관은 각각 우산을 들고 북측 판문각을 바라봤다. 북한군 병사가 망원경을 통해 남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2분 뒤 JSA 내 정전위 회의실(T-2)을 향해 네 사람은 성큼성큼 걸었다. 유엔군과 북한, 또는 남북한이 만나 회담을 여는 탁자의 한가운데가 남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를 넘어서 회의실 곳곳을 둘러봤다.

낮 12시 정각. 이들은 회의실을 나온 뒤 이번에는 남측 통일의 집을 바라보며 나란히 섰다. 게이츠 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이 비무장지대(DMZ) 세 번째 방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북측을 본 게 거의 20년 전입니다. 북쪽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것이 없는지 놀라운 일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보았던 것처럼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한국의 안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 굳건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북한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한·미 군사동맹은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도발자들도 막아낼 것입니다.”

이어 푸른색 바지에 빨간 목걸이를 한 클린턴 장관이 나섰다. “처음으로 DMZ를 방문했습니다. 조금 전에 전망대에서 남북이 가느다란 선으로 3마일 떨어져 있는 것을 봤습니다. 매우 가느다란 선임에도 두 곳이 너무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북측에 전합니다. 다른 길이 있습니다. 북측 주민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길입니다. 그들이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는 미국은 한국 국민들을 대변해 굳건히 서 있을 것입니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5분이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14분 클린턴·게이츠 장관은 JSA 경비대대가 있는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해 양국 군 간부들의 영접을 받았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북한이 저지른 도끼만행사건의 희생자인 아서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딴 부대로 판문점 지역의 관문이다. 이 해 8월 18일 북한은 판문점 JSA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무참하게 살해했다. 3일 뒤 한·미는 합동군사작전을 감행해 문제의 미루나무를 절단했고, 김일성은 유엔군 사령관에게 사과했다. 두 장관은 캠프 보니파스를 통해 군사분계선(DML)에서 불과 25m 거리에 있는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클린턴 장관은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망원경을 들고 북측 지역을 살폈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우리 측 대성동에 걸린 태극기를 가리키며 “지금도 양측이 깃발을 더 높이 달려고 애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JSA 경비대대 에드워드 테일러 중령은 “그렇다”며 기정동의 깃대 높이는 160m, 대성동 깃대의 높이는 100m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장관은 자유의 집을 통해 JSA로 향했다. 두 장관은 당초 도끼만행사건 현장 인근인 ‘돌아오지 않는 다리’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지체되면서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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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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