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전면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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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이어 펀드매니저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불법·편법으로 운용, 고객에게 큰 손실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감원이 투신운용사 등에 소속된 펀드매니저들을 중심으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기사 e6면>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국내 모든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기획조사"라며 "몇몇 펀드매니저들은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 혐의가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불법 혐의가 짙은 펀드매니저들을 우선 대상으로 해 상당한 조사에 들어갔다"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조사를 벌여 시장을 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의 주요 점검항목은 ▶펀드에 편입된 거래소·코스닥 종목 및 채권의 시세조종▶개별종목 시세조종 및 펀드편입 여부▶불법적인 선물·옵션거래 등이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큰 손실이 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손실이 난 펀드 안의 부실채권이나 주식을 다른 펀드로 옮기는 행위인 이른바 '펀드 물타기'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을 회사 내 투자위원회를 거쳐 결정하고, 이 종목군을 벗어난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가 금지돼 있다"며 "요즘은 과거처럼 시장의 '작전주'를 받아주는 불공정거래 등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펀드매니저는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불법행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투신협회에 등록된 국내 펀드매니저 수는 7백71명으로, 31개 투신운용사와 10개 자산운용사에서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신탁재산 투자·운용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고유 의미의 펀드매니저는 4백58명이다.

펀드매니저는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주식·채권 등을 사고파는 일을 하며, 전문직으로 많게는 수조원의 돈을 굴려 '증시의 큰손'으로 불린다.

정선구·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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