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승의 '王道'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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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초당(艸堂) 신봉승씨는 조선시대 국가경영에 적용되었던 제왕학에서, 현대 기업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끄집어 낸다. 창조적 경영마인드를 서양 이론에서 찾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신씨는 성공한 왕으로 태종·세종·성종·선조·정조를 꼽는다. 이들은 모두 왕조의 성립과 발전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 시대적 임무를 충실히 실천했다. 왕조나 기업이나 생명의 사이클이 비슷하다. '창업→안정→제도화→위기'의 과정이다. 조선 시대는 태조 이성계의 창업을 거쳐 태종과 세종에 의해 안정을 이루고 성종에 의해 제도화한다. 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었다. 위기를 맞으면 구조조정을 통한 제2의 창업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정조는 유능한 참모를 등용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했다. 이것이 5백여년 지속된 조선왕조를 전반적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하는 근거다. 실패한 왕으론 세조·중종·광해군·인조·고종을 꼽았다. 자신의 임무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실쳔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연고주의에 얽매였던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누구나 알았지만 결국 히딩크가 풀어나갔듯이.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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