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금리 손댈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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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전망이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중앙일보가 18일 '중앙경제' 재창간을 계기로 주요 연구기관의 경제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경제상황과 향후 전망' 긴급 인터뷰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거시경제정책 기조(재정 중립,콜금리 4.25% 유지)를 당분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정 중립이란 재정에서 돈을 더 빨리 나가게 하는 부양이나,덜 나가게 하는 긴축의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금이 시중에 풀리게 놓아두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불안 지속=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부원장은 "미국 경제는 당분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4분기에나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그러나 더블딥(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거시금융팀장은 "미국 경제는 재정과 무역수지의 쌍둥이 적자로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주가가 떨어지면서 소비도 줄어들 우려가 있지만 올해 2% 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이라크와의 전쟁 여부가 변수"라며 "전쟁이 나면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은 소폭 낮아질 듯=한국은행이 하반기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고, 금융연구원은 5%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경제분석팀장은 "하반기 성장률을 6.3%에서 6% 안팎으로 수정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실업률이 낮고 임금이 올라가는 추세여서 구매력이 괜찮아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창호 경제동향연구센터장은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체질 개선이 많이 됐고, 내수가 성장해 대외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수출 회복은 지연=김주현 부원장은 "하반기에 수출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았으나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때문에 수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내년에는 적자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하반기에 원화 강세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점차 회복=한국은행 이성태 부총재보는 "한은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나쁘지 않다"며 "6월 설비투자 추계가 줄어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위원은 "상장사들이 상반기 순이익을 많이 내 투자여력이 충분하며 하반기에는 투자가 꽤 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한영 팀장은 "미국 경기가 불안한 만큼 당분간 설비투자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내년 2분기께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고현곤·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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