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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없애도 가장제는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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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12월 29일자 1면에서 호주제 폐지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전망한 기사를 보았다. 총체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란 데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안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부모 합의 때 엄마 성(姓)을 따를 수 있다'는 것과 '남편이 외도로 낳은 아이는 남이다'는 점은 전혀 수긍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남성 위주의 호주 제도가 아니더라도 소위 대표성을 지닌 가장(家長)제도만큼은 반드시 존속돼야만 한다고 본다. 가족은 오합지졸이 아니라 엄연한 가족 윤리와 위계 질서에 따르는 구성원들의 모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가족의 리더 격인 가장이 구성원들의 끈끈한 결집을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사안 모두 이런 점을 간과했다.

뿌리깊은 나무가 튼튼하다. 미풍양속을 바탕으로 이어져온 제도를 함부로 망가뜨리게 된다면 이는 곧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마는 격이 될 것이다. 올 2월 법이 통과되기 전에 이런 사안들은 재고돼야 한다. 그래야 민족의 역사 앞에 천추의 한을 남기는 죄인이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이부웅.전 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