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 개혁 뜻 밝힌 조 감독 “클럽팀처럼 조직력 강한 팀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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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조광래 경남 FC 감독은 의욕이 넘친다. ‘준비된 대표팀 감독’다운 자신감이다.

조광래 감독은 20일 “대표팀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원한다.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목표로 뛰는 것과 같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대표팀 운영에 대한 걱정은 없다.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표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컴퓨터 링커’로 불린 화려한 선수시절을 거쳐 K-리그의 ‘빅4’로 불리는 수원 삼성에서 수석코치로 1990년대 후반 전성기를 함께했고 2000년에는 안양 LG(FC 서울의 전신)를 우승시켰다. 2008년부터 도민구단 경남 FC를 맡아 올 시즌 초반 리그 선두까지 끌어올렸다. K-리그의 위·아래를 모두 거친 경험이 자산이다. 조 감독은 “프로 감독으로서 어려운 상황을 겪어왔다. 거기에 비하면 대표팀은 여건이 좋다. 실력이 훨씬 뛰어난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 감독은 점진적인 개혁을 준비한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대표팀의 기본 틀은 유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2014년 월드컵에 뛸 선수들도 발탁해야 한다. 아직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되지 않아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기란 조심스럽다. 모든 게 확정되면 곧바로 시행할 대표팀 세대교체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 11일 열릴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는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는 새 선수를 뽑긴 어렵다. 유럽파 선수들도 호출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존 대표급 선수들을 활용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이 그리는 국가대표팀의 이상형은 ‘클럽팀 같은 대표팀’이다. 클럽팀 못지않은 조직력을 보유한 팀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속감이 필수적이다. 그는 “선수들이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대표팀을 만들고 싶다. 대표팀에 합류하면 소속팀을 잊고 하나로 뭉치는 팀, 2~3년 정도 손발을 맞춘 클럽팀 같은 조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목표다.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향점은 명쾌하게 정립돼 있다. 다만 목소리는 밝지 않다. 갑작스러운 대표팀 감독 내정으로 인해 시즌 도중 경남 FC를 떠나게 된 부담이 크다. 그 때문에 그는 축구협회 쪽에 경남 FC가 차기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대표팀과 겸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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