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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용산 땅값 내라”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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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땅값 납부방식을 둘러싸고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예정지.

사업비 조달 방식을 두고 민간·공공 30개 출자사들 간 이견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땅 주인인 코레일이 땅값을 연체한 출자사들에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계약 해지는 사업 무산을 의미한다.

코레일은 20일 30개 출자사들이 모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이하 드림허브)에 사업협약상 의무이행 최고장을 보냈다. “땅값을 내고 계약 내용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내용이다. 토지계약상 드림허브 측이 최고장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후에는 코레일이 일방적으로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즉 대략 다음 달 20일 전후부터는 코레일이 언제든 사업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코레일은 이날 또 드림허브가 내지 못한 땅값 7010억원에 대해 납부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레일이 이달 초 건설 투자자인 삼성물산 측에 지난 16일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기일이 지나도록 답변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코레일은 “앞으로 한 달 내에 연체 중인 중도금을 납부하고 4차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삼성물산은 국책사업을 파행에 이르게 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때보다 코레일이 강경 입장을 취했지만 계약 해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회·경제적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규모가 워낙 커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새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만약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 다시 시작하더라도 코레일로서는 땅값 손실이 불가피하다. 사업이 시작된 2007년 말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나쁘지 않던 때여서 드림허브는 땅값으로만 8조원을 써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지금은 땅 가치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최후통첩을 했지만 사업비 조달 방식을 둘러싼 출자사들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재무·전략적 투자자들은 건설 투자자들의 지급보증을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건설 투자자들은 지분에 따른 증자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청한 드림허브 관계자는 “지금은 계약 해지도 어렵고 사업을 끌어갈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며 “당분간 뚜렷한 결론 없이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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