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간 긴장관계가 지식사회 생명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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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호기(사진)교수는 여러 이념들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강조하며 진보·보수를 동시에 비판해왔다. 일각에서 '양비론'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그는 '제3세대 지식인론'을 펼친다.

-이번 출간의 핵심 문제의식은.

"지식사회는 상업주의, 전문성 부족, 높은 대외 의존성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분열과 그로 인한 권력에의 예속,공론규율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건강한 지식사회의 구조는 진보·보수·중도가 생산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분열에서 건강한 긴장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지식사회의 이념적 구조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려 했다."

-왜 '제3세대 지식인론'인가.

"1980년대 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한 것은 보수 담론이다. 지난 15년간 진보·중도가 빠른 성장을 해왔지만 아직은 생산적인 긴장관계 유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정보화·세계화로 인해 빠르게 탈이념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보수주의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진보·중도의 상상력을 받아들여야 하고, 진보·중도도 보수의 현실주의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양자의 긴장에 바탕을 둔 생산적 종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교수는 진보·보수·중도 중 어디에 속하는가.

"세계적 이념구조를 보면 보수·진보, 민족주의·세계주의가 교차해 4개의 흐름이 존재한다. 우파 민족주의가 박정희식 모델이라면 우파 세계주의는 신자유주의이다. 반면 좌파 민족주의가 전통적 민족해방론이라면 좌파 세계주의는 글로벌 좌파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진보, 민족주의·세계주의라는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이념은 진보주의와 중도주의를 적극 결합시키는 진보적 중도주의, 또는 중도적 진보주의로 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적' 제3의 길을 탐색하는 책을 쓰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결국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내 연구의 일관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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