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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고쳐쓰기 생활화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어머니께서 혼수로 장만해오신 장롱을 얼마전 이사할 때 아버지께서 버리려고 하셨다. 25년 동안 썼지만 장롱의 상태가 좋아 어머니와 나는 개조(리폼)하기로 했다. 멀쩡한 제품을 굳이 버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문 업소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업소의 위치를 알아내 장롱을 맡기고 새 집으로 이사하기 일주일 전에 갖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업소는 약속 기한을 어겼고, 장롱 겉에 페인트칠을 하고 손잡이를 바꿨을 뿐이었다. 페인트 두 통만 있으면 나도 저 정도는 고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원래 있던 옷걸이 봉까지 빼 놓았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담당자는 치수를 재서 다른 사람이 맡긴 장롱에 옷걸이 봉을 다는 데 참고하려고 빼놨다고 했다.

그 후 한달이 다 되도록 봉을 가져오지 않아 다시 전화했더니 담당자는 오히려 화를 냈다. 이제 장롱의 칠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물자를 아껴쓰기 위해 오래된 물건을 개조하려고 했던 게 후회스럽다. 자원을 재활용하자고 캠페인만 벌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사회환경을 우선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주연·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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