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당주민들 "시끄러워 못살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건설 빌딩 앞에서 분당 청솔마을의 한라아파트와 화인아파트 주민 80여명이 '신축 공사 반대'라 쓰인 피켓을 들고 "주민피해 보상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짓고 있는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시공사인 D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것이다.

주민 황복만(63·한라아파트)씨는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지난 1년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며 "시끄럽다는 소문 때문에 집값마저 떨어져 주민들이 겪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당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8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지역은 현재 2백여곳에서 각종 공사가 진행중이며 7층 이상 건물만 50여동이 건설되고 있다.

분당구 통장협의회장 노병길(57)씨는 "극심한 공사장 소음과 먼지 때문에 긴급 반상회가 열리기도 한다"며 "여기에다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와 유흥가 음악소리가 겹쳐 밤잠을 설친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에서 공사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법률적으로 다룰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양측의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곡동 청솔마을=한라아파트와 화인아파트 주민들 외에 계룡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계룡아파트 105동과 107동에서는 2차로 길만 건너면 D건설·N토건·K건설이 시공하는 신축공사장이다.

낮 동안 내내 쿵쿵거리며 지반을 다지는 소리와 집까지 울리는 진동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참다 못해 '시민의 사유재산을 묵살하는 성남시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성남시와 업체측에 항의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와 공사장 사이의 도로를 지나는 공사장 차량들이 내는 굉음과 먼지 때문에 마음놓고 걸어다니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계룡아파트 단지 내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는 공민정(36·여)씨는 "전화를 걸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소음에 하루종일 귀가 멍멍하다"고 불평했다.

◇정자동 상록마을=상록마을 임광·보성아파트 단지와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는 S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상당히 진행돼 건물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공사장에서 나는 드릴 소리와 철근을 내리는 소리에 주민들은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다.

주민들 가운데 공사장과 가장 가까운 404,405,406동 입주자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회사측에서 주민들을 위해 방음장치를 했지만 공사장의 소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아파트 단지 주민 박석순(72·여)씨는 "아침부터 공사를 시작해 TV 시청을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주변을 지나다니다 다치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구미동 무지개 마을=무지개 마을 12단지 주민들은 이웃하고 있는 용인 죽전지구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아파트 공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단지 맞은편의 불곡산에서는 H아파트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지난 3,4월에는 산을 깎는 대형 기계 소리와 나무를 자르는 날카로운 전기톱 소리에 주민들이 아침, 대낮 할 것 없이 고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쿵쿵 하는 굉음에 주민들은 편안한 휴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성환(46)씨는 "공사 초기에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휴일에도 밖에 나갈 엄두를 못냈다"며 "아직도 아침 출근 때마다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불쾌해진다"고 고개를 저었다.

◇야탑동=야탑동 단독주택지구 안에는 I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이 공사장에서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단독주택단지가 있다. 벽산아파트 단지도 직선 거리로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단독주택 단지에 고층아파트가 웬말이냐'라는 플래카드가 주민들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벽산아파트에 사는 김혜진(12)양은 "꽝꽝 하는 소리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며 "빨리 공사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 단독주택단지는 공사장 소음 외에 골칫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밤만 되면 인근 야탑역 먹자골목에서 들리는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현동·수내동 중앙공원 부근=분당 중앙공원에 있는 시범단지와 양지마을 주민들은 공원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 달갑지 않다. 중앙공원에서 축제나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면 밤 늦게까지 야외광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노점상들이 틀어놓는 트로트 노래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최근에는 자주 축제나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서현동에 사는 김민정(44·여)씨는 "온 가족이 짜증스러워할 정도로 공원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며 "중앙공원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비가 오기를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밖에 서현동에서는 지난 3월 분당구청측이 헬기 계류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의 반대민원이 잇따르자 폐쇄하기도 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