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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金위해 심판 압력" 올림픽 태권도 승부조작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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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세계태권도연맹측이 한국 선수들의 승리를 위해 심판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해 국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USA투데이는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이종우 국기원 연수원 부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올림픽 당시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였던 이씨가 심판에게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1면 기사로 보도했다.

이부원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을 배정할 때부터 '이 사람은 된다, 안된다'는 식으로 내가 결정하다시피 했고, 한국 선수에게 감점을 준 심판에게는 겁을 줬다"고 말했다. 또 "예선전부터 강적들을 (심판을 통해)미리 죽이는 가지치기도 했다"며 "그러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한두개밖에 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는 이에 앞서 지난주 이부원장 발언의 진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도록 세계태권도연맹측에 요청해 왔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의 단장이었던 존 할러웨이는 "예선전 때 한국 선수에게 감점을 준 콜롬비아인 주심이 이후 경기 배정을 못받고 귀국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심판을 맡았던 브루스 해리스 미국 태권도연맹 이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한국 선수 경기의 심판을 여러 차례 봤지만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 특히 이씨는 당시 심판을 배정할 권한도 없었고, 영어도 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짐 이스턴 IOC 집행위원의 말을 인용해 IOC가 문제의 태권도 승부조작설을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동아 기사는 영문으로 번역돼 지난 몇주간 세계 태권도계와 미국의 IOC 위원들에게 배포됐다고 말했다.

세계태권도연맹 선재훈 사무차장은 "이미 지난 6월에 IOC로부터 이부원장의 인터뷰와 관련한 문의가 와 이부원장이 '과거 태권도 심판 판정의 잘못된 점을 얘기하면서 몇가지 사례를 들었을 뿐 시드니올림픽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당시 24명의 심판들에게 압력 여부를 조사했으나 이들이 모두 부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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