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57년 만에 내일 첫 2+2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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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21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개최한다. 우리 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 미국 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각각 참석한다. 양측 외교·국방장관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1953년 체결된 이래 처음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회의는 한·미동맹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회의’다. 미국이 동맹국 가운데 외교·국방장관 간 2+2 회의를 여는 국가는 일본·호주 외에 한국이 유일하다. 그나마 일본은 2006년 이래 이 회의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 3월의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의미가 더 커졌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힐러리 장관과 게이츠 장관은 21일 회의에 앞서 서울 전쟁기념관을 찾아 천안함 희생자들과 6·25 참전 한국군·유엔군 전몰 장병 명비를 찾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천안함 동맹’으로 불린 양자 관계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서로 희생을 무릅쓴 혈맹의 역사를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어 양측 장관들은 정부 청사에서 2시간여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예상되는 공동성명 내용=57년간의 한·미동맹 발전사를 평가한 뒤 동맹의 새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합의한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의 후속 조치를 담을 전망이다. 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의장성명을 평가하면서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구절도 넣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요구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선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언급되고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게이츠, 한국에서 사흘 밤 보내=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19일 방한해 22일까지 나흘간 머무를 예정이다. 그만큼 이번 회의를 비중 있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 회의에 배석하는 미국 관리들도 최고위층 인사들이 총출동해 무게를 더한다는 평가다. 백악관·국무부에선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국방부에선 마이클 멀런 합참의장과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 사령관·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월러스 그렉슨 아태 차관보 등이 배석할 계획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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