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쇠고기 水-돼지고기 金-닭고기" 고시촌 식당 '메뉴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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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月牛·水豚·金鷄'(월요일엔 쇠고기, 수요일엔 돼지고기, 금요일엔 닭고기).

고시 준비생들의 집합소인 서울 신림9동 고시촌에서 식사를 하려면 이같은 '공식'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이곳에 밀집한 2백여개 식당들의 메뉴가 요일별로 통일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요일엔 다른 곳에 가서 식사를 해야 한다. 각종 고시 준비생 4만여명이 몰려 있는 신림동 고시촌 내 식당들 사이에 요즘 '식단 통일'이란 기상천외한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식당의 한끼 식사값은 2천원. 그러나 최근 고시 붐을 타고 준비생들이 늘어나면서 식당들이 과당 경쟁 조짐을 보이자 행동 통일에 나선 것이다.

가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통일된 상태고, 이번엔 일부 대형 식당을 중심으로 한 식단 통일에 중소 식당들이 합류했다. 고시촌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정순(47)씨는 "한 곳에서 쇠고기가 나온다고 하면 수험생들이 그곳으로만 몰리는 등 폐해가 심해 식당끼리 규칙을 정했다"면서 "이를 어겼다가는 이곳에서 '왕따'가 돼 장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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