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게임 연속 골맛 비운 더이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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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의 앞에 붙은 '비운의 스타'라는 수식어를 이제는 떼어도 될 것 같다. 신병호(25·전남 드래곤즈·사진)는 K-리그 네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축구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을 열어가고 있다. 1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연속골의 비결이라면.

"울산 현대에서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됐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 보니 감각도 살아났고, 7월 20일 첫 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연속경기 득점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황선홍 선배가 갖고 있는 여덟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렇지만 내 기록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1999년 일본 J리그 진출이 무산되면서 불운이 시작됐는데.

"J리그 명문 팀인 시미즈 S-펄스에 입단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인 에이전트끼리 싸워 한 에이전트가 나를 음해하는 팩스를 구단에 보내는 바람에 깨져버렸다. 그 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등을 돌며 테스트만 받았다."

-요코하마 매리너스에서도 훈련했는데.

"2000년 4월에 가서 연습생으로 뛰며 몸을 만들었다. 후반기에 정식 계약하기 직전 연습 중 일본 대표팀 골키퍼인 가와구치와 부딪쳐 무릎 연골이 찢어지고 인대가 끊어졌다."

-고비 때마다 부상이었다.

"대학 1학년 때 효창운동장에서 넘어지면서 척추분리증(디스크)이 생겼다. 튀어나온 척추를 핀으로 고정시켰다. 지금은 아픈 곳이 전혀 없다."

-월드컵에서 스타가 된 선수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건국대 동기인 이영표, 동갑인 김남일, 제주 서초등학교 선배인 최진철 등을 보면 부럽다. 그러나 다들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섰다고 생각한다."

-팀 동료인 김남일의 인기가 대단한데.

"월드컵에서 잘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녀팬들의 '오빠'소리보다 진정한 축구팬들이 이름 석자만 알아줬으면 고맙겠다."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데.

"1999년에 만나 힘들 때 의지가 돼 줬다.수상스키 국가대표 출신으로 체육교육학과 졸업반이다. 일본에서 날 뒷바라지해주는 바람에 졸업 시기를 놓쳐 올해 말 졸업한다. 12월 14일 결혼식을 올린다."

신병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보다는 이동국이 출전해 병역 면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시련은 사람을 성숙시킨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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