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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에 ‘미래의 지도자 서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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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초 서울대 공대에 ‘스템’ 회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지원 대상은 상위 10% 이상이거나 평점이 3.7 이상인 3, 4학년 학생이었다. 담당 교수의 추천서를 받아 스템에 지원한 학생은 40명이었다.

스템(STEM)은 ‘SNU Tomorrow’s Edge Membership’의 준말이다. 미국 대학의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우수 학생들의 조직을 만든다는 게 서울공대의 의도다.

그런데 지난달 심사에서 성적과 영어가 뛰어난 학생이 많이 탈락했다. 스템 운영위원장 김재정(화학생물공학) 교수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며 “심사를 통과한 마지막 16명은 ‘사회 공헌형 리더’로 자랄 소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으로 선출된 이재상(25·전기공학부)씨도 ‘성로원 아기의 집(보육원)’에서 5년간 봉사활동을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이 리더의 자질로 강한 자신감과 다양한 재능을 꼽았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리더십이다. 미래의 리더는 앞에서 끄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심사 과정을 거친 스템은 지난 14일 1기 출범식을 했다. 스템은 한번 가입하면 종신회원이 되는 ‘이너 서클’이다. 그러나 나태함을 방지하기 위해 졸업 전에 한 학기라도 학점이 3.5 이하로 내려가면 회원 자격이 박탈된다. 회원들은 글로벌 리더 교육을 받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우수학생 이너 서클은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인문사회)’와 ‘타우 베타 파이(Tau Beta Pi·공학)’다. 모두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한 학교의 모임이 아니라 전국 조직이며, 학생 자치기구다. 1776년에 설립된 ‘파이 베타 카파’는 17명의 대통령과 1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서울대가 모델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조직이다. 이 교수는 “공부만 하는, 자기밖에 모르는 우등생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리더를 기르기 위한 첫 단추”라며 “앞으로 조직이 안정되면 미국처럼 운영권을 학생에게 넘기겠다”고 말했다.

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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