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마을 운동 ② 엄마가 주는 최고의 선물, 모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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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 영양성분, 모유의 4배 이상

아기에게 모유는 완전식품이다. 면역력을 높이고 지능·감성지수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면역력은 생후 5~6개월부터 만들어진다. 투명한 유리처럼 청정한 영아들에겐 몸을 보호하고 성장을 촉진할 막강한 지원군이 필요하다.

영아의 ‘세상 첫 음식’인 모유는 돈 들이지 않고, 무균 상태로 언제 어디서든 공급할 수 있는 ‘완전식품’이다.

엄마의 유방에서 처음 나오는 초유는 약 2주간 유지된다. 초유의 영양소는 모유의 4배 이상이다. 필수 아미노산과 면역체를 포함한 단백질·무기질·지용성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아기의 황달·저혈당을 예방하고 태변 배출을 돕는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출산 2주 뒤부터 나오는 성숙유(이하 모유)에는 아기의 성장·발달·면역에 필요한 영양분이 모두 들어 있다”며 “우유와 달리 소아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락토글로불린 성분이 없다”고 말했다.

모유에는 필수영양소인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 아기가 소화시키기 좋게 배합돼 있다. 면역글로불린A(IgA)는 호흡기 질환, 락토페린은 소화기 계통의 질환을 예방한다. 이 같은 모유 속의 면역 성분은 2~3세까지 이어져 아토피 피부염·중이염·뇌막염 등의 위험도를 낮춘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모유는 뇌세포 발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유에 많은 락토스(젖당), 타우린, 불포화지방산 등이 뇌세포 성장에 관여한다. 태아는 임신기간 40주 동안 뇌세포의 70%가 발달한다.

모유 수유는 운동 효과도 있다. 아기는 분유를 먹을 때보다 젖을 빨 때 60배의 힘이 들어간다. 턱 운동은 건강한 치아 발달에 좋고, 혀의 활동은 말을 배울 때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가 엄마와 아기의 정서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모유 먹으면 몸도 튼튼, 정서도 건강해져

모유는 정신·신체적으로 건강한 성인이 되는 디딤돌이다. 세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잘 나타난다.

‘모유 연구를 위한 국제사회’ 세미나(2004)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모유 속의 긴고리 불포화지방산(LCPUFA)은 아기의 지능지수(IQ)와 연관이 있다. 모유 섭취로 혈중 LCPUFA가 높은 영아는 9개월 성장 시점에서 조제유(이하 분유)를 먹은 아기보다 언어 능력이 나았다. 18개월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선호도와 발달지수가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선 모유 수유 아기가 분유 아기보다 지능지수가 2~5점 높았다. 모유 수유 기간과 지능지수가 비례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연령에 관계없이 10대·20대에도 나타났다(JAMA, 2002). 엄마 젖에는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발달에 관여하는 DHA·타우린·유당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류일 교수는 “모유에 있는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흡수가 잘 되도록 최적화돼 있어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며 “임의로 불포화지방산을 투여한다고 해서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모유는 아기의 감성지수(EQ)도 높인다. 유전적·환경적인 영향도 있지만 대부분 성격이 온순하고 인정이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모유 수유는 엄마에게도 이점이 많다. 가천의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1년 이상 모유 수유를 하면 열량이 소모돼 불었던 체중이 적절하게 준다”며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분만 후나 수유 중에 발생하는 젖몸살도 개선한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는 산모의 자궁 수축에도 이롭다. 아기가 젖을 빨면 산모의 뇌가 자극을 받는다. 이때 자궁수축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을 분비해 산후 출혈을 줄이고, 자궁 수축을 돕는다.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 젖을 1년 먹일 때마다 엄마의 유방암 위험이 4.3%씩 감소했다.

‘모유 수유 못하는 엄마’ 죄책감 벗어야

‘모유=최고’라는 등식은 알지만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AIDS·중증 결핵·유방암 환자 등은 치료제 복용으로 모유 수유가 불가능하다.

경원대 식품영양학과 이기완 교수는 “드물지만 아기들이 선천적으로 모유의 특정 성분을 분해하지 못해 뇌 성장 발달 지연 등을 일으킬 때도 마찬가지”라며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말라닌을 분해하지 못하거나, 뇌의 당지질의 구성 성분인 갈락토스의 대사에 문제가 발생한 아기는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치료제를 복용하는 엄마도 모유 수유를 피해야 한다.

이승호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 산모라도 아기가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 받으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다”며 “C형 바이러스 산모는 모유 수유를 하든 안 하든 아기의 감염률이 똑같아 모유를 먹인다”고 말했다. 이기완 교수는 “모유 수유를 못하는 엄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며 “모유를 대체할 분유도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양질의 모유를 아기에게 물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기완 교수는 “장기간 엄격한 채식을 하면 동물성 단백질에서 공급받는 영양소가 결핍된다”며 “수유 기간에는 모유 생산을 위해 하루에 400㎉의 에너지와 25g의 단백질을 추가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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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대 식품영양학과 이영미 교수,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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